경주마에 근육주사를 잘못 놔 부작용으로 제때 경기 출전을 못하게 한 수의사가 마주에게 2,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서보민 판사는 경주마 주인 이모씨가 수의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의사는 마주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2014년 11월 경주마가 컨디션 저조로 경기력이 떨어지자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씨를 찾아 진료를 의뢰했다. 김씨는 말에게 복합영양제와 진통소염제 성분이 들어간 근육주사를 놨다. 다른 말 10마리도 함께 근육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이씨의 말은 이튿날부터 목 오른쪽 근육이 부어 오르고 고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말 두 마리도 유사 증상을 보였다. 이씨는 “부작용이 생긴 경주마 3마리를 올 연말까지 전담 치료해 훈련에 임할 수 있는 정도로 완치시킬 것을 약속하라”며 수의사를 압박해 각서를 받아냈다. 그러지 못하면 말 가격과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못 받게 될 상금 등 추가 손해를 배상한다는 약정이 담겼다.
이씨의 말은 12월 중순 목 치료는 다 받았지만 중간에 산통 증상이 나타난 탓에 이듬해 2월까지 치료와 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중 뒷다리 양쪽이 붓고 전신 기력 저하를 보여 지난해 5월에야 경주에 나가게 됐다. 이에 이씨는 마필 가격 6,000만원, 2014년 11월~2015년 5월 대회 출전 불발로 인한 상금 손실액 등을 더해 1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는 “근육주사로 생긴 목 부위 상처 치료는 약정대로 기한 내에 끝냈으니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서 판사는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따르면 목 부위 상해가 산통 증상과 관련은 없지만 치료로 인한 운동 부족은 산통과 연관될 수 있다”며 수의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 판사는 약정에서 정한 배상액을 6,600여만원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애초 컨디션 저하를 겪던 말이 경기력 회복을 위해 근육주사를 맞은 것이어서 경주에서 입상 여부는 불확실했던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2,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치료를 받은 이씨의 말은 지난해 7월 6등급(어린 말이나 은퇴 전 말들이 참가) 경주에서 1등(상금 1,375만원)을 차지했으며, 다음날 5등급 경주마로 승급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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