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21일부터 30일까지 학교 내 예술복합연구동 우석갤러리에서 전ㆍ현직 교수들의 문인서화를 모은 ‘학자, 붓을 잡다’ 전시회를 연다. 문인화를 그리거나 서예를 한 작고 교수와 생존 교수의 작품을 반씩 모아 60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고 교수 작품 중에는 붓이 아닌 펜으로 일상의 체취를 남긴 국어학자 이숭녕 교수, 수필가 피천득, 김태길 선생의 저서 헌사가 눈에 띈다. 피천득 선생은 수필집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에 친필로 같은 글을 남겼다. 이숭녕 교수 작품으로는 ‘저술등신’(저술을 키만큼 해야 한다)이라는 글자를 교내 출판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원고지에 적어 선물한 글이 기증됐다.
‘신록예찬’을 쓴 영문학자 이양하 교수는 ‘여기 한 사나이 누웠으니 애써 글을 읽고 하늘과 물과 바람과 나무를 사랑하였으며 인간을 사랑하였으되 성실 있기 힘듦을 보고 가노라’라는 묘비명을 친필로 남겼다. 그러나 이 자찬 묘비명을 구할 수 없어 최종고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대신 썼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국제법학자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이한기 교수의 아들이 간직하던 이 교수의 자찬 묘비명 ‘내가 고향 떠나서 유랑했으나 방랑의 세월이었네. 내 고향에 돌아가야지’도 세상에 나오게 됐다.
1993년 작고한 고고학자 김원룡 교수의 작품은 서울대 문인화의 자랑이다. 이번 서화전에는 김원룡 교수가 교수들이 바둑을 두며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담은 ‘인문대 교수실 풍경’이 소개된다. 이밖에도 서예 작품으로 고전 문구와 인생훈 등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필치로 담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학자 이병도, 국문학자 이희승, 법학자로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 교수를 비롯해 경제학자로 부총리를 지낸 조순, 생물학자 노정혜 교수 등의 작품이다.
특히 2011년 지병으로 별세한 영문과 신광현 교수가 친구인 인문대 이주형 학장에게 별세 전 이메일로 남긴 절명시는 신 교수의 딸이 대신 써 의미를 더했다. 신 교수는 ‘하늘이 어느새 하얗구나. 물고기 한 마리 헤엄친다. 어디든 가는 곳이 길이구나. 空(공)으로 다 통하니까’고 썼다. 이번 전시회는 최종고 명예교수가 은퇴한 교수, 작고한 교수의 유족 등을 직접 접촉해 마련했다.
양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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