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멀린 美 前 합참의장 주도, 美 외교협회 대북 보고서 발간
“北과 핵동결 협상부터 당장 착수해야”
“핵동결 대가로 식량 지원 및 한미 군사훈련 수정 검토”
“최종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포괄 합의”
“中 동참 이끌기 위해 통일 이후 주한미군 감축도 中과 논의”
유엔 자격 정지 등 대북 제재 및 핵 억제력 강화도 제안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중간 단계로 핵동결 협상부터 당장 착수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미국 유력 외교 단체에서 나왔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통일 이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중국과 논의하는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 의장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6일의 미국 외교협회(CFR) 토론회는 ‘북한에 대한 분명한 선택 : 안정된 동북아를 위한 중국 참여시키기’ 보고서 발간을 알리는 자리였다. 멀린 전 합참의장과 샘 넌 전 상원의원이 단장을 맡은 CFR의 대북정책 태스크포스팀이 발간한 이 보고서는 대북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과 중국에 대해 전향적인 대화에 착수할 것을 미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북한이 비확산 체제에 도전할 경우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한편, 북한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만드는 전략인 것이다.
본보가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스크포스팀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초기 단계에선 북한의 핵 능력 동결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괄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협상 초기부터‘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그간의 입장에서 물러나 핵 동결이란 중간 단계를 두고서 협상의 여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한의 핵 능력 동결의 대가로 대북식량 지원과 함께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는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정 정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 대화의 최종적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인권 증진의 대가로 한국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합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한미 정부는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면서 3자 회담 또는 5자 회담의 형식으로 한반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중국과 함께 짜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이 논의에서 한반도 통일로 인해 미국에 포위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 당국이 북한 위협 감소에 상응하는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전향적인 대화 방안과 함께 북한이 인권 문제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고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규제하는 등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도 권고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미사일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미국 정부를 향해 모두 6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이 같은 대화도 거부하고 핵ㆍ미사일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미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나아가 북한 정권 자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더욱 강경한 외교적ㆍ군사적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멀린 전 합참의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6가지 권고 사항이 실패한 이후에 검토해볼 사안으로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멀린 전 합참 의장의 발언과 이 보고서의 취지가 왜곡된 채 국내에 알려지면서 때 아닌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멀린 전 의장의 발언과 관련 “미국이 선제 타격을 하면, 우리 모두 죽는다. 한반도는 잿더미가 된다”고 반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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