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완성 두 달 앞두고
현장 교사들 반발 분위기 거세
일부 교육청 보조교재 등 개발
교육부 “정치중립 훼손 땐 강력 대응”

정부가 역사 국정교과서에 반발해 각 시도교육청이 개발 중인 보조교재를 공식 검증하고, 경우에 따라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두 달 뒤 국정교과서 완성을 앞두고 역사 교사들의 반대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전국역사교사모임(회원 수 2,000여 명)이 지난 달 22일부터 이 달 2일까지 전국의 역사 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844명 가운데 98.8%(831명)가 “국정화는 잘못된 정책이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전 같은 단체가 역사 교사 858명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을 처음 조사했을 때 나온 반대 비율(97%)보다 높다. 정부의 설득과 정책 강행이 현장에선 먹히지 않고 오히려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역사 교사는 8,000명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검정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정부의 국정화 추진 논리에 대해서도 99.1%(863명)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두 달 뒤면 국정 교과서가 완성되지만 이 교과서를 가지고 현장에서 가르쳐야 할 역사 교사들이 사실상 ‘보이콧’ 수준의 반대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집필진 공개해야”(99%ㆍ831명), “정부의 근현대사 서술 비중 축소 반대”(99%ㆍ834명) 등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방침에도 교사들은 모두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집필진과 집필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교육부는 올 초 돌연 집필진 신상을 비공개 방침으로 전환한 뒤, 아직 집필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설문을 주도한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중원고)은 “교과서 완성이 임박한 가운데 전국의 모든 초중고 역사 교사를 상대로 무작위로 벌인 설문의 결과”라며 “집필진 비공개 방침, 근현대사 비중 축소 등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역사 국정교과서가 완성돼도 현장에서 외면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전북 광주 세종 강원 등 5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미 국정교과서에 대응한 보조교재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개발 중인 보조교재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위원장)는 “국정교과서가 배포될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현재 집필진들과 집필 세목을 조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중학교 역사 교사 이모(47)씨는 “시중에 나온 교재나 서적 중 수업에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는지 역사 교사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수업 연구 소모임을 조직하는 등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과 교사 재량에 맡기겠다던 교육부는 ‘교사 징계’라는 강공 드라이브를 시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위원을 구성해 보조교재나 참고자료 등의 내용을 검증할 방침”이라며 “정치중립성 등 문제가 발생하면 징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가 배포되더라도 현장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해석상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 보조교재나 참고자료 등에 포함될 경우 대규모 징계 사태 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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