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ㆍ3당 원내대표와
추석 연휴 기간 유엔본부서 회동
정진석, 대권도전 강력 권유하며
“혼신 다해 돕겠다” JP 메시지 전달
우상호 “대권 행보냐” 묻자 웃기만
더민주 ‘저격수’ 이해찬 복당 박차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에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말 유엔 총장 임기를 마치는 대로 귀국해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여야의 대권 레이스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반 총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사무총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해결이나 갈등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다”면서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며 대권 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원내대표가 “귀국 후 국민들께 크게 보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반 총장이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에 우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런 행보를 하시겠냐”고 뼈 있는 질문을 던지자 반 총장은 웃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결심한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있는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JP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방문했고, 뉴욕으로 돌아간 뒤 외교행낭(파우치)편으로 JP에게 사신(私信)을 전달했다. 당시에도 반 총장은 “내년 1월에 뵙겠다”는 메시지(본보 7월 21일자 1면)를 보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반 총장이) 1월에 오신다는 것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박 원내대표도 “정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세게 (대권을) 권했더니 반 총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며 “당연히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는 ‘반기문 대망론’에 제동을 걸 야권 인사로 꼽히는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서두르고 있다. 더민주는 이 의원의 복당 문제를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7선의 이 의원은 지역구가 세종시일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총리로 재직하며 반기문 당시 외교장관의 상관으로 인연을 맺어 ‘반기문 저격수’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외교관은 정치를 못한다”며 “정치의 본질은 갈등 현안을 타결하는 건데 외교관은 절대 그런 일 안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론조사서 반기문 26% 1위
한편 국민일보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주자 지지도 부문에서 반 총장은 25.9%로 2위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18.2%)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P) 밖으로 따돌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0.8%로 3위였다. 반 총장 지지율은 지난 8월 이후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여 8월 마지막 주 21.8%까지 내려갔다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여론조사(9월5~9일)에서 22.8%로 반등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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