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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지진 대비’ 활성단층지도 졸속 제작 후 폐기 20억만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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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지진 대비’ 활성단층지도 졸속 제작 후 폐기 20억만 낭비

입력
2016.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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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2009년 추진… 내용 부실

전문가들 공개 반대하자 스스로 없애

국민안전처가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만든 활성단층 ‘지도’를 스스로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경북 경주 지진 이후 폭로되고 있는 정부의 부실한 지진 대비의 한 단면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이 17일 오전 경북 경주시 황남동 지진 한옥 피해주택을 방문하여 2층 다락방 및 벽체 균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용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이 17일 오전 경북 경주시 황남동 지진 한옥 피해주택을 방문하여 2층 다락방 및 벽체 균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민안전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는 2009년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및 발간’ 프로젝트를 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했다. 활성단층은 지진이 났거나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각 운동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당시 프로젝트는 단층의 특성, 재발 주기 등을 파악해 지진에 대비하는데 목적을 뒀는데, 활성 단층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첫 정밀 조사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원은 20억원을 투입해 4년 동안 3단계 작업을 진행, 2012년 10월 활성단층 지도 등이 담긴 보고서를 안전처에 제출했다.

그러나 문제의 보고서를 사전 검토한 전문가 자문그룹은 신뢰할 수 없다며, 공개불가 결정을 내렸다. 보고서 검토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수 십㎞ 단층 전체를 불과 몇 곳의 시료 채취와 한 가지 연대기 측정 방식으로 활성단층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등 신뢰도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두 가지 이상 방식으로 교차 확인을 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빨리 성과를 내려 밀어붙이려다 부실 조사가 됐다”고 평했다.

지질연구원은 부실 보고서의 배경이 안전처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 측이 남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최소 2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3,4년 안에 결론을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안전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안전처가 조사를 빨리 마무리할 것을 거듭 요구하자, 조사 대상을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으로만 한정했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 기와가 무너지면서 파편이 주차된 차량 위와 골목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 기와가 무너지면서 파편이 주차된 차량 위와 골목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관계자가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관계자가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안전처는 제출 받은 보고서의 문제점을 알고도 나중에 보완하면 된다며 공개를 강행하려 했다. 이에 전문가 그룹이 강하게 반대하자 안전처는 보고서를 폐기한 뒤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해왔다. 졸속 행정 끝에 20억원을 들인 국가 차원의 활성단층 지도와 지진위험 지도를 만들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처음에는 공개하려 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2013년 12월에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국가지진위험 지도’를 공표했지만 이는 활성단층 내용이 빠진, 기존 지진 관련 자료로 ‘짜깁기’ 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처의 무리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전처는 2014년 5월 국내 전문가 24명으로 ‘활성단층 정비 기획단’을 만들었지만, 2년 넘게 허송세월을 했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안전처는 기획단에서 중장기 연구조사 계획서를 제출해도 아무런 답이 없다가 올해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연쇄 지진이 일어난 뒤에야 지진 대책을 마련한다며 공청회를 열고 바삐 움직였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뒤늦게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단층구조선 조사’ 항목으로 16억원을 책정했지만 이마저도 지상으로 한정해, 해상 활성 단층은 대상에서 빠졌다.

문미옥 의원은 “경주 지진은 정부의 지진 안전지대라는 어설픈 판단과, 보여주기식 행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활성단층 파악은 수 십 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갖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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