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손익계산 분주
손학규 제3지대 속도낼 듯
김부겸ㆍ안희정 50대 주자들
“세대교체론 힘 받을 것” 전망
야권 주자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1월 귀국 소식에 겉으론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 몰아칠 반풍(潘風)에 긴장하며 검증을 벼르거나, 유불리 계산에 나선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반 총장과 함께 여론조사 1, 2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반 총장의 대권 경쟁 가세는 대세론을 조기에 굳힐 호재라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여권 주자가 되는 것은 나쁜 뉴스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도 예상보다 당겨진 대선시계에 맞춰 움직임을 빨리 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과 미래 비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면서 싱크탱크 구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17일 페이스북에 “지진에 대비한 대한민국 안전을 강화하는 게 새로운 국가과제”라고 강조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빼앗긴 숨’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은 중도층 지지를 잠식해온 반 총장의 본격적인 대권행보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의 등장으로 여야 양극단(친박ㆍ친문계)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고, 반 총장이 ‘친박 후보’가 될 경우 중도층의 지지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전 대표는 우선 정기국회에 전념하면서 ‘중산층 복원’ 해법 마련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제3지대론의 핵(核)으로 꼽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역시 빨라진 정치권 시계에 맞춰 행보를 빨리 할 조짐이다. 손 전 고문은 20일 전남 강진에서 ‘강진다산 강좌’의 강연자로 나선다. 여기에서 정계복귀 선언이나 시점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정치 행보와 관련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이 당분간 더민주에 남아 여야를 아우르는 제3지대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아직 제3지대 구축 등 정계 개편의 구심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향후 여야의 비주류들과 결합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변수로 꼽힌다.
야권에선 반 총장의 나이(72세)와 출신지(충북 음성)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70대인 반 총장의 나이를 감안할 경우 세대교체론이 본격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김부겸(58) 더민주 의원, 안희정(51) 충남지사, 이재명(52) 성남시장이 50대 대선주자군을 이루고 있고, 또 다른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막 60세다. 다만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으려면 미래 국가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도 당분간 대안 제시를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안 지사 측은 ‘충청 대망론’의 연장선에서 ‘반풍’의 야권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귀국을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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