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실세 ‘막차 타기’ 각축
친박 정찬우 前 금융위 부위원장
거래소 이사장 유력… 노조 반발
이달 신용보증기금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까지 금융기관장들의 임기 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후임자 인선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알짜배기 자리인 금융기관장 교체 시기가 정권 말기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대선 공신’들과 현 정부 실세 역할을 해온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논란도 한층 불붙을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초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공기업은 8곳에 달한다.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에 선임된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의 후임 인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1월에는 홍영만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12월에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어 내년 1월에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3월에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중 신보, 캠코, 기은, 기보, 수은 등 5개 금융공공기관장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거래소와 우리은행은 주주총회에, 예결원은 금융위원회에 인사권이 있지만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에 임명되면 다음 정부까지 임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현 정부 실세들의 ‘막차 타기’ 각축도 치열한 상황이다.
논란은 이미 거래소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마감된 이사장 공모에는 애초 최 이사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정작 그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응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자 출신인 정 전 부위원장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뒤 2013년 3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핵심 ‘친박’ 인사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청와대와의 물밑 교섭을 통한 실세 금융관료 출신의 낙하산 투하 시도”라고 반발했다.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신보를 비롯해 예결원, 캠코 등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출신 관료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월 임기가 끝나는 은행장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 권선주 은행장의 연임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정부 인사교체 시기와 맞물릴 경우 관료 출신이 인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해 온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은행 지분 매각 이후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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