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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 마지막 헤딩 슛 넣고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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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 마지막 헤딩 슛 넣고 떠나다

입력
2016.09.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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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18일 울산-포항전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김병지가 18일 울산-포항전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1998년은 ‘K리그의 르네상스’ ‘프로축구 부흥의 원년’이었다. 안정환(40ㆍMBC 축구해설위원)-고종수(38ㆍ수원 코치)-이동국(37ㆍ전북) 트로이카가 경기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꽁지머리’ 김병지(46)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쇼맨십으로 골키퍼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그는 그 해 10월 24일 기념비적인 골을 넣는다. 당시 김병지 소속 팀 울산은 울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로 맞섰다. 사흘 전 1차전에서 포항이 3-2로 이겼기에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울산의 탈락이었다. 후반 45분 전광판 시계가 멎을 무렵 울산이 프리킥을 얻었다. 골키퍼 김병지까지 포항 골대로 올라왔다. 김현석(49)의 크로스를 김병지가 머리로 받아 넣어 극적인 득점을 터뜨리며 팀을 구했다. 프로축구 사상 골키퍼가 넣은 최초의 필드골이었다. 두 팀은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김병지의 선방에 힘입어 울산이 4-1 승리를 거뒀다. 팬들이 ‘김병지’ 하면 떠올리는 장면이다.

18년이 지나 김병지가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 섰다. 18일 이곳에서 열린울산-포항의 클래식 30라운드에서 지난 7월 현역 유니폼을 벗은 김병지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울산은 김병지가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곳. 공교롭게도 상대 팀인 포항도 그가 5시즌(2001~05년)이나 뛰었던 팀이다.

김병지는 자신의 통산 출전 경기수인 등번호 ‘706’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하프타임 때는 아들인 태백 군의 크로스를 김병지가 헤딩으로 연결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김병지는 정확히 골문 구석에 공을 넣어 ‘골 넣는 골키퍼’ 원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앞서 경기 전에는 태백 군의 페널티킥 시축을 김병지가 막았다. 아들의 슛은 정확히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현역 시절 수많은 페널티킥 선방을 보여준 그도 꼼짝 못했다. 김병지는 1970년생이다. 현역 사령탑 중 조성환(제주), 노상래(전남) 감독과 동갑이고 최용수(장쑤), 조진호(상주), 박건하(서울이랜드) 등이 그의 1년 후배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해 2015년까지 24년 간 쉼 없이 달려온 그다. 프로축구 통산 최다인 706경기 출전, 45세 5개월 15일의 최고령 출전, 153경기 최다 무교체, 229경기 최다 무실점 등 값진 기록을 세웠다. 술과 담배는 아예 입에 대지 않고 늘 78.5kg의 몸무게를 유지해 온 철저한 자기 관리 덕이었다. ‘내 뒤에 공은 없다’는 인상적인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 꿈을 위해 노력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성취했을 때는 그만큼 보람찼다. 돌아보니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1년에 국가대표로 뛸 때 중앙선까지 볼을 치고 나가 거스 히딩크(70) 대표팀 감독의 분노를 샀고 결국 2002년 한ㆍ일월드컵에서 이운재(43)에 밀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아픔도 회상했다. 김병지는 “(당시로 돌아가면) 드리블을 하면 안 되지 않을까. 그 때는 제가 봐도 과도했다. 히딩크 감독이 (그 장면을 보고) 쓰러졌는데 나도 쓰러질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은퇴 후 골키퍼 아카데미를 설립해 후배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울산이 포항을 1-0으로 눌렀다. 전북은 수원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겨 올 시즌 30경기 무패 행진(17승13무)을 이어갔다. 승점 64로 이날 제주와 0-0 무승부에 그친 2위 서울(15승6무1패ㆍ승점 51)과 격차도 13으로 유지했다. 원래 전날인 17일 열렸어야 했는데 상주시민운동장의 잔디 불량으로 하루 연기돼 인천전용구장으로 옮겨 벌어진 경기에서는 인천과 상주가 득점 없이 비겼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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