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요동치면서 투표일(11월 8일)을 50일 남겨둔 시점의 판세가 본선 경쟁이 시작했던 2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다소 앞서지만, 사소한 악재만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초박빙 양상을 띠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이날 현재 클린턴 후보의 평균 지지율(45.7%)이 트럼프(44.2%)를 1.5%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민주당 전당대회(7월25~28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의 감동적 찬조연설과 트럼프의 무슬림 미군 전사장교 비난 발언으로 지난달 초반(8월9일) 8.9%포인트(클린턴 47.8%ㆍ트럼프 39.9%)까지 확보했던 지지율 우위를 모두 까먹은 것이다. 사실상 엎치락뒤치락하던 본선 초반 상황으로 회귀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레이스는 불과 50일을 앞두고 있지만 누구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에 봉착했다.
클린턴 측이 트럼프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은 초반 큰 폭의 리드에 방심해 소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신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는 8월 말 대선 캠프 수뇌부를 교체하고 멕시코를 전격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행동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데 주력했다.
반면 클린턴 후보는 벌어 놓은 점수를 지키려는 듯 선거자금 모금에만 주력했을 뿐 유권자 접촉에 소홀했다. 또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관련 연방수사국(FBI)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고 가족자선재단 ‘클린턴재단’ 특혜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게다가 9월 이후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9일)이라 실언하고, 11일에는 9ㆍ11 테러 추도행사 도중 폐렴에 따른 어지럼증으로 응급처리를 받으면서 건강 문제가 이슈로 부상했다.
거듭된 악재에 따른 클린턴의 지지율 하락은 대선 승부를 판가름 짓는 ‘경합주(Swing State)’에서 뚜렷하다. 특히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 주의 표심 변화는 민주당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1900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존 F. 케네디(1960년)를 빼면 오하이오에서 패배한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폴리틱스의 최근 오하이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8% 지지율을 얻어, 43%에 그친 클린턴을 5%포인트 앞질렀다. 이는 한 달 전 퀴니피액대 조사(8월9일)에서 클린턴이 4%포인트 앞섰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오하이오뿐 아니라 다른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쏠림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34%→41%), 네바다(29%→40%), 뉴햄프셔(6%→15%) 등에서 트럼프 승리 가능성이 2주일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폭스뉴스는 16일 “투표 의사가 있는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1%와 40%의 지지율을 얻었다”며 “초접전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대선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단순 지지율 대신 승자독식제 방식으로 각 주마다 획득한 ‘투표인단’숫자가 중요한 미국 대선 특징 때문에 실제 당선 가능성은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를 두 배가량 차이로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공화당 지역에서 큰 폭으로 앞서지만, 클린턴은 격차는 적지만 더 많은 수의 주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 분석정보지인 ‘쿡 리포트’는 주별 판세를 분석한 결과, 클린턴이 안정적으로 확보할 선거인단 수가 272명으로 투표인단 과반수(270명)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역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당선 가능성을 73%로 평가했으며, 예측시장에서도 클린턴의 확률(65%)을 트럼프(37%)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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