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동 한옥마을 670동 피해
비 새 곰팡이 생기면 끝장
모래주머니 날라 지붕 보강 작업
경북道, 연휴기간 1500명 투입
주택 구조물 안전진단도 본격화
당정,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규모 5.8의 역대 최강 지진이 덮친 경북 경주에서는 주민, 공무원, 자원봉사자, 귀성객들이 추석연휴도 잊고 피해 복구에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많은 비까지 쏟아졌지만 이들이 흘리는 구슬땀을 막지는 못했다.
18일 낮 황남동 주민센터. 경주시청 공무원 10여 명이 사다리차 2대를 동원해 파손된 기와지붕에 방수포를 덮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황남동 한옥마을은 3,317동 중 670동이 벽에 금이 가거나 기와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공무원들은 전날 방수포를 덮은 곳은 모래주머니를 달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단단히 매듭지었다. 오후 들어 복구 민원이 쇄도하자 사다리차 1대는 불국동으로 향했고 오후 4시쯤 모래를 가득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자원봉사자들이 피로도 잊은 채 달려들어 모래주머니를 앞다퉈 만들었다.
내남면에서는 피해 신고된 주택 정비작업을 1차 완료했고 이날도 공무원 23명이 동원돼 추가 접수된 3건의 지붕 수리를 마쳤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부지2리도 무너진 벽돌담과 바닥에 흩어진 기왓장 대부분이 정리됐다.
용장2리 이장 한영희(54)씨는 “명절에 찾아온 가족들이 거들어 임시 복구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군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응급복구비 3억 원과 국민안전처로부터 재난특별교부세 24억 원을 확보해 복구지원에 나섰다. 또 정식 복구계획 수립 전 재난지원금을 먼저 지원할 수 있도록 19일까지 피해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도는 연휴 기간 매일 300여 명의 군장병과 1,500여 명의 자원봉사자, 공무원, 주민 등을 동원해 상하수도관과 계량기를 정비하고 낙석 등도 모두 제거했다.
피해 주택과 구조물 등의 안전진단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시ㆍ군 평가단과 도 지원반 등 8개 반 70명의 평가단을 현지에 투입했다. 국민안전처도 주택 위험도 점검을 위해 17일 2개 반 8명으로 구성된 안전진단 지원팀을 파견, 19일까지 점검에 나선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화곡지 등 진앙지 인근 저수지에 대한 현장확인과 기술진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폭우가 겹치면서 주택 침수 피해 신고도 쇄도하고 있다. 추석 연휴 대구의 아들 집에 갔다가 18일 귀가한 서모(80)씨는 “지진 발생 직후 별일 없는 것 같아 아들 집에 갔는데 그 사이에 비가 새 집안이 물바다가 됐다”며 “지붕과 담벼락이 폭우에 더 무너졌다”고 말했다. 정모(67)씨는 폭우가 쏟아진 17일 지붕을 살피다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한옥 특성상 비싼 복구비도 걱정이다. 자재가 비싸고 기능공이 부족해 간단해 보이는 보수에도 수리비가 1,000만 원을 넘기 일쑤다. 박해일(64)씨는 “비가 새 곰팡이라도 생기면 한옥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어르신들은 수리비 걱정에 위험한 집에서 그냥 지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경주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각종 시설물 복구에 대규모 국비가 지원되고 피해 주민에게 저리 융자와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지진 대책 당정 간담회에서 “경주 지역의 경우 피해액이 75억원을 넘어야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하다”며 “2차 피해에 대한 조사까지 신속히 완료해서 요건이 충족되면 선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주=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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