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storming은 본래 간질병(epileptics)을 지칭하던 용어였다. 1890년대에 정신과 의사들이 쓰던 용어가 엉뚱하게도 1940년대부터 업무 회의에서 ‘집중 토론’, ‘아이디어 토론’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웬만한 회의에서 이 말은 유행어(buzzword)가 되었다.
그런데 간질병 협회에서는 이 용어가 질병 명칭 이외의 용도로 쓰일 때 해당 환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준다는 항의를 했고, 대기업과 공공 기관에서는 대체어로 thought shower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일반 기업에서도 다양한 대체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중 wordstorm, idea showers, bright ideas, think-in, idea-up, suggest-fest, Talk it and Chalk it, think tank, free thinking, creative thinking 등이 있다. 몇 십 년 동안 쓰이던 직장의 관용 표현이 결국은 도태될지도 모른다.
업계의 유행어 중에는 big data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쌓인 자료는 당연히 big data가 되는데, 이를 별것이나 되는 양 호들갑을 떨거나 과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많다. 한 때 외교가에서는 포용정책을 내세우며 engagement policy라는 용어도 나왔고, 최근에는 brand engagement라는 어구도 쓰인다. 드라마 속에 슬쩍 끼어 넣는 광고기법 product placement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상에서 이용자도 몰라 보도록 은근히 삽입하는 광고 native advertisement 기법도 나온다. 모두가 용어 싸움이고, 과대 포장된 표현들이다.
최근에는 native나 social 용어가 거의 매일 빠지지 않는데 필요성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생태계(digital ecosystem) 조성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은 시대적 업계유행어 buzzword의 사용이 그만큼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러 난해한 용어를 쓰는 fuzzword도 있고, 일정한 직업군에서 쓰는 업계의 전문 표현 jargon도 있지만, 결국은 대중성과 적합성 관점에서 도전을 받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We’ll make some good profit going forward’에서 going forward는 단순히 in the future의 뜻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원어민들도 짜증을 낸다. 대화 도중 ‘You can’t be half-pregnant, you know’라고 말하면 ‘절반만 임신할 수는 없다’는 직역으로는 의미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한참을 새겨야 ‘그것은 불가능한 선택이기에 가부간 yes-no ,흑이냐 백이냐의 선택을 하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된다.
Socialize는 과거에는 ‘사회화하다’라는 추상적 의미로 쓰였는데 요즘에는 ‘SNS 활동을 하다’라는 의미로 생동감 있는 동사가 되었다. Globalize는 형용사 global에 -ize라는 접미어를 붙여 동사화한 경우로 급진적 변환이다.
요즘 시대에는 solution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낙후된 느낌을 주는데 문제는 이 단어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라서 ‘해결’, ‘해답’의 의도된 뜻은 전달하지 못한다. 쓰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남용 오용은 더 큰 문제다. ‘과용하고 흔해지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If they are both overused they become meaningless)’는 언어의 진리를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변하고 대중들이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인 경우 그 자체를 등한시하기보다는 흐름을 따르는 것이 낫다. 그것이 뉴스 매체에서 출발하는 newspeak이든 아니면 사무실 환경의 office-speak이든 언어의 필연적 변화는 어쩔 수 없으며, 그 변화의 대응은 사용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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