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 노린 공격
최소 29명 부상… 범인 오리무중
뉴저지 자선마라톤서도 시한폭탄
대회 지연으로 인명 피해는 없어
“고의 행위지만 테러 증거 없다”
뉴욕시장 발표에도 불안감 커져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 도심과 뉴저지 주 마라톤 경기 행사장에서 17일(현지시간) 잇단 폭탄 공격이 발생, 불과 일주일 전 9ㆍ11테러 15주기를 맞은 미국인들이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다행히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주말 민간인 밀집지역을 겨냥한 대형 폭발들은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확산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연상케하기 충분했다.
미 뉴욕시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뉴욕 맨해튼 도심인 7번가와 6번가 사이 서부 23번 도로의 시각장애인 지원시설 외부 쓰레기 수거함에서 굉음을 동반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최소 2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중태에 빠졌지만 위독한 정도는 아니라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폭발이 발생한 지점은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첼시 지역에 있어 사건 당시 많은 인파가 몰린 상태였다. 목격자들은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과 연기가 났다고 증언했으며 폭발의 여파로 인근 건물의 유리창과 자동차 뒷유리가 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아울러 경찰과 소방당국은 폭발 직후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차단하고 지역 일대를 폐쇄한 후 대대적인 수색을 벌여 폭발 발생지점에서 3블록 떨어진 서부 27번 도로에서 추가 폭발물로 추정되는 휴대폰과 배선이 부착된 압력솥을 발견했다.
범행 의도는 물론 범인의 정체조차 오리무중이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범인을 추적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어떤 용의자도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범행 장소도 특정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평범한 길거리라고 보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경찰ㆍ소방당국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폭발은 고의적 행위”라 규정하면서도 “테러와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에는 뉴욕으로부터 약 90㎞ 떨어진 뉴저지주 시사이드파크에서 해병대 주최 자선 마라톤대회를 노린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CNN방송이 인용한 연방 수사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마라톤 경기 진행경로에 놓인 한 휴지통에 들어 있던 세 개의 파이프로 연결된 폭발물 중 하나가 타이머에 맞춰 폭발했다.
마라톤 참가자가 많아 등록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대회가 시작하기 전 폭탄이 터져 인명피해가 없었고 재산피해도 미미했다. 앨 델러 페이브 오션카운티 검찰청 대변인은 “만약 제시간에 경기가 시작됐다면 폭발 당시 참가자 다수가 폭탄이 놓인 장소를 지나고 있었을 것”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페이브 대변인은 마라톤 대회는 취소됐고 경찰이 인근을 봉쇄해 추가 폭발물 수색에 나선 한편 전문가들이 폭탄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폭발이 발생했지만 큰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사회는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 언론들은 민간인을 노린 연쇄 테러 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폭발은 2013년 4월 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를 연상케 한다. 압력솥 등을 이용해 제조한 사제폭탄으로 민간인 밀집 지역을 공격했다는 점이 유사하고, 특히 뉴저지주 폭발 사건은 마라톤 대회를 겨냥한 폭탄 공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뉴욕 경찰은 “맨해튼 폭발이 뉴저지 폭발사고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과 뉴욕시 당국이 잇단 폭탄 공격에 대해 ‘테러와 관련 없다’고 일찌감치 공표하자 시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대량살상을 일으킬 수 있었던 도심 한복판 폭발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이란 지적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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