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계의 ‘다윗’ 수원시청이 2016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3체급을 휩쓸며 한가위 씨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수원시청은 지난 17일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서 첫 날인 14일 태백장사에 오른 문준석(25)을 시작으로 15일 금강장사 이승호(30), 16일 한라장사 이주용(33)까지 3체급을 독식했다. 수원시청은 백두급 선수는 보유하고 있지 않아 출전 전 종목을 석권한 셈이다.
문준석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태백장사(80㎏ 이하) 결정전(5전3승제)에서 김성용(제주도청)을 3-1로 물리치고 2013년 추석장사대회 태백급에서 우승한 뒤 3년 만에 다시 장사 꽃가마를 탔다. 문준석은 첫 판을 빗장걸기로 내줬지만 두 번째 판을 덮걸이로 동점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내리 세 판을 이겨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이승호는 15일 금강장사(90㎏ 이하) 결정전에서 생애 처음 결승에 오른 김기선(영월군청)을 3-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2014년 3월 보은대회 이후 2년 6개월 만에 우승한 이승호는 통산 다섯 번째 금강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첫째 판에서 김기선의 선제 공격에 잠시 당황했던 이승호는 잡채기를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갔다. 이승호는 둘째 판에서는 배지기, 셋째 판에서는 다시 잡채기를 모두 10초 이내에 성공시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주용은 16일 한라급(110㎏ 이하) 결정전에서 이승욱(구미시청)을 3-1로 꺾고 수원시청 돌풍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해 2월 설날대회, 6월 보은단오대회에서도 한라장사에 오른 이주용은 개인 통산 여덟 번째 한라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특히 금강장사 8회, 통합장사 1회를 포함, 통산 17차례 장사 자리에 올라 현역 최다 우승 기록도 경신했다.
수원시청의 3체급 석권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 7명으로 구성된 초미니 선수단 규모 때문이다. 12년째 수원시청을 이끌고 있는 고형근 감독은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선수들 숫자가 적은 만큼 팀워크가 단단한 것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면서 “경기 외적으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운동할 때만큼은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17일 열린 백두장사(150㎏ 이하) 결정전에서는 손명호(의성군청)가 백두장사를 네 차례나 지낸 장성복(양평군청)을 3-1로 꺾었다. 앞서 손명호는 2012년 천하장사대회를 포함, 다섯 차례나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장사에 오르지 못했다.
한편 씨름의 전성기를 함께 한 현대코끼리 씨름단이 해체됐다. 통합씨름협회 관계자는 “이번 추석장사씨름대회를 앞두고 현대씨름단을 운영하는 현대삼호중공업이 팀을 해체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17일 밝혔다. 1986년 현대중공업이 창단한 현대씨름단은 2005년 모기업이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김칠규, 이태현 등 걸출한 천하장사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팀 해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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