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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J와 H언니

입력
2016.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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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H언니는 나와 가장 자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었다. 서로의 생일을 빼먹지 않고 챙겨주며 가끔, 아주 가끔 누군가가 쓸쓸하다 하소연을 하면 가장 빨리 달려와 주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셋이서 파티를 하고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셋이서 발렌타인 17년산을 마셨다. “나 조금 로맨틱하게, 목욕가운 같은 선물을 받고 싶어.” J가 말하자 H언니는 쯔쯔 혀를 차며 선물해주었고 “나도 외로워!” 투정을 부리는 나에게는 곰인형을 안겨주었다. 그건 아마 J가 결제했을 것이다. J의 어머니는 혼자 사는 나에게 밑반찬을 챙겨주셨고 H언니네 어머니는 직접 키운 호두를 우리 엄마에게 보내주셨다. 우리 엄마는 두 어머니께 고맙다는 인사를 언제나 코다리 한 상자씩으로 대신했다.

셋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 것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일정표는 J가 짰다. 여행 제목으로 “인생 뭐 있나” 이렇게 쓰여 있었고 부제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아봅시다”였다. 연말여행이어서 우리는 송년축제가 벌어지는 길거리에 선 채로 몇 번이나 서로의 뺨에 입을 맞추며 환호했더랬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더는 함께 하지 못했다. 물론 J와 H언니는 나를 빼고 몇 번의 여행을 더 다녀왔다. 그때마다 나는 질투에 몸을 떨며 아기를 앉혀두고 말했다. “이거 봐. 빨리 크라고. 엄마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빨리 커서 여행 좀 같이 가자고. 엄마는 정말 좀이 쑤셔 죽겠거든.” 걸음마도 못 하는 아기는 그냥 빵실빵실 웃다가 잠이 든다. 그 김에 나도 잔다. 세월이 쑥쑥 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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