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내전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시리아 육군 기지를 폭격했다고 시리아군이 발표했다. 미군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공습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시리아군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서방 연합군이 시리아군 기지 공격한 것이 유례 없는 일인만큼 사실로 드러날 경우 향후 시리아 사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폭격기들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조르 공항 남서쪽의 자발 테르데 지역에 있는 시리아 육군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군은 “미국 연합군의 전투기들이 오늘(17일) 오후 5시 시리아 육군 기지들 가운데 하나를 공격했다”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군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 중인 러시아군 역시 IS에 포위된 시리아군이 이날 네 차례에 걸쳐 서방 연합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병사 6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최소한 80명의 병사가 사망했다고 말했으나 공격의 주체를 거명하지는 않았다.
공격 주체로 지목된 미군은 성명을 통해 “연합군 관리들이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표적이 된 병력과 차량이 시리아군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지 받은 즉시 공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서면서 공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ㆍ러가 개입된 시리아 사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이 문제와 관련해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유엔안보리 긴급 회의를 소집하도록 했다”며 “우리는 미국에 완전하고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이는 유엔안보리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로이터통신에 “만약 이것이 실수였다면, 이는 미국이 시리아 내 군사작전에서 왜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을 줄곧 거부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시리아군은 한편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IS가 인근까지 진격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시리아군은 “이는 시리아와 시리아군에 대한 위험하고 대담한 공격”이라면서 “미국과 서방이 IS와 다른 테러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실제 IS 연계매체 아마크 통신은 “성전주의자들이 데이르 에조르 비행장이 내려다보이는 자발 테르데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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