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무게 200㎏짜리 코끼리상(像)을 호기심에 잡아당겼다가 깔려 중상을 입은 데 대해 길가에 석상을 세워둔 갤러리에 80%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김성수)는 사고 당시 8세인 이모군과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서울 종로구의 J갤러리 대표 권모씨를 상대로 치료비 등 84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2심에서 “권씨는 피해 가족에게 776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군은 2012년 3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J갤러리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본 코끼리상을 손으로 잡아당겼다가 석상이 넘어지며 왼쪽 다리가 깔리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코끼리상은 무게가 200㎏이나 됐지만 8세 어린이의 힘에 쉽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재판부는 “권씨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길가에 무거운 석상을 세워두고도 안전을 위해 바닥에 고정시키거나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울타리나 안내문을 설치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쉽게 넘어질 수 있어 누군가 다칠 것이 예상되는 데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의 책임을 치료비 등 이군이 입은 피해액의 60%만 물은 1심 판단을 깨고 80%로 올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위자료도 1심이 인정한 300만원보다 200만원 더 올려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군 가족이 청구한 위자료 액수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권씨는 “이군의 부상에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원이 확인해달라”며 2심에서 맞불 소송(채무부존재확인)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군 가족의 소송에 기각을 구하면 될 일”이라며 각하했다. 각하는 원고 자격 미비나 소송을 낸 자가 이겨도 별다른 이익이 없을 것이라 짐작될 때 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이다.
앞서 갤러리 대표 권씨는 이군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돼 2014년 벌금 200만원도 선고 받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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