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여왕 아리아’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는 1993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관 이래 전당이 가장 많이 제작한 오페라다. 2001~2009년 총 9차례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 ‘가족오페라’로 자리매김했다.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길에 유쾌한 새잡이꾼 파파게노와 신기한 마술피리, 밤의 여왕과 지혜로운 철학자 자라스트로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모든 장르를 섞어놓은 다채로운 음악 덕분에 오페라 초심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23∼27일 예술의전당에 ‘마술피리’가 돌아온다. 명절 연휴 끝에 온 가족이 즐기며 피로를 풀만한 공연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공병우(42)는 “오페라의 바이블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리릭 소프라노, 베이스, 테너 같은 다양한 음역대의 노래가 전부 나와서 신인 등용문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병우는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삼각관계인데, 유일하게 삼각관계가 없는 오페라가 마술피리”라고 말했다. “동화적 요소를 갖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죠. 아이들은 힘들어도 신데렐라가 왕자 만나는 건 보는데 트라비아타가 죽는 걸 보진 못하잖아요.”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사상을 드러낸 작품으로 꼽히는 마술피리는 세 시녀, 세 천사, 세 가지 시련, 세 개의 문 등 오페라 전반을 숫자 ‘3’이 이끌면서 자유·평등·박애 등 모차르트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을 펼친다. “나이든 관객을 위한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 젊은 층을 위한 타미노 왕자와 공주의 사랑, 중장년을 위한 감초 연기”가 얼버무려진 오페라라는 설명이다.
서울대 대학원 성악과 재학 중 프랑스 국립오페라 센터의 전액 국비 장학생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며 1999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공병우는 2000년부터 프랑스 몽펠리에 오페라극장의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해 스페인ㆍ독일ㆍ노르웨이 등에서 활동하다 2010년 귀국했다.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 ‘돈 조반니’, ‘진주조개잡이’, 서울시 오페라단 ‘도요새의 강’,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등 국내 굵직한 공연의 주역으로 섰다. “불어 딕션 수업에서 학점 C를 받았는데 프랑스로 유학 갈 줄 상상도 못했다”며 웃는 그는 “학생이 12명인데 교사가 13명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수업 듣고 매달 오디션을 봤다. 경쟁적인 분위기가 저를 늘어지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고 유학 당시를 회상했다.
“테너, 소프라노처럼 바리톤도 음역대, 배역에 따라 나뉘죠. 개인적으로는 젊은 바리톤과 늙은 바리톤으로 나눠요. 테너가 잘생긴 주인공이라면 바리톤은 희로애락을 표현하거든요.” 이번에 맡은 파파게노 역은 “1억 관객 배우 오달수 같은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고운 음색의)레제로 바리톤이라 노래 자체에 부담은 없거든요.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반드시 필요한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의 거품을 완전히 빼야 해요. 천민까지는 아닌데 평범한 사람이 돼야 하죠. 노래 근사하게 부르는 건 타미노 왕자가 할 거에요.”
임헌정 지휘로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하는 이번 공연은 김우경(타미노 왕자), 장혜지(파미나), 전승현(자라스트로), 손가슬(밤의여왕)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연한다. (02)580-1300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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