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추석 연휴로 접어들던 13일 미국 워싱턴에는 거물급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새누리당),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박지원(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미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네 분은 이날 저녁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안보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는 물론이고, 미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가 판을 치면서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TPP에 대한 결론은 ‘낙관할 수는 없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막판 의회를 통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 의장은 한미 FTA 통과의 주역이던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의 “대선 이후 ‘레임덕 세션’에 TPP를 통과시키려는 오바마 정부의 노력을 돕겠다”는 발언도 소개했습니다.

무산된 것으로 보였던 TPP가 막판 부활하여 발효될 경우 이에 동참하지 못한 한국은 어떤 영향이 발생할까요. 한국에서는 ‘세계최대 ‘무역 블록’에서 제외되어 큰 손해가 날 것’이라는 의견부터 ‘한미FTA, 한ㆍ칠레FTA 등 기 발효된 개별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결론을 내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이와 관련, 객관적 입장에서 아주 심각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TPP 회원국의 경우 무역확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미국은 2020년 880억달러, 일본은 910억달러의 GDP 증대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10억달러의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TPP 불참의 대가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어 2030년에는 8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됐습니다.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TPP 미가입에 따른 불이익 규모가 한국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절대 규모로는 중국의 피해가 더 크지만,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의 불이익이 최상위권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미 우리 정부가 밝힌 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막판 뒤집기가 성공하여 TPP가 타결되고 이에 조기 합류한다면 한국도 확장된 무역블럭의 혜택을 누리게 되겠지요. 안보뿐만 아니라 통상분야에서도 향후 몇 개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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