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가족이 되어주세요] 79. 혼종견 삼총사 재석, 무한, 심바
매주 토요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00m 떨어진 공터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물들의 새 가족을 찾아주는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행사가 열리는데요. 이곳에서 올해 새 가족을 만난 반려견 삼총사 무한(옛 이름 준수), 재석, 심바가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혼종견 재석(3세 추정·수컷) 은 올 4월 김유미씨와 가족이 되기 전까지 2014년 10월부터 매주가족 찾기 행사에 나왔던 터줏대감 격인 개였습니다. 경기도의 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채 발견됐는데요, 마침 현장을 지나치던 강남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가 재석을 구조해 병원에서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날아갈 것 같은 귀에 하트 코를 지닌 매력덩어리였지만 좀처럼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아 봉사자들의 애를 태웠는데요. 사실 재석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재석을 예뻐했던 김씨였습니다. 김씨는 재석이 너무 안쓰러웠지만 이미 여섯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었던 지라 입양을 망설였는데요. 지난 해 8월 병원을 그만둔 이후에도 재석을 보러 병원을 방문해오다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재석을 결국 가족으로 들였다고 합니다. 김씨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슬프게 바라보는 재석이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아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재석이는 올 추석 새로운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추석을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재석이와 함께 유행사 행사장을 지켰던 혼종견 무한(3세 추정·수컷)은 지난 5월 김미영씨와 아들 준수군을 만났습니다. 무한은 서울 용산구에서 발견된 유기견인데요, 워낙 얌전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서 ‘선비견’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간식 앞에선 온갖 장기를 뽐내기도 했는데요.
김씨는 올해 언론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됐고, 강아지 공장 속 번식견이나 유기견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또 그 중 한 마리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행사 행사장을 찾았는데요, 준수군과 이름이 같은 개 ‘준수’를 보게 된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름이 같아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집에 와서도 계속 준수 생각이 나서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들 준수와 이름이 헷갈릴 수 있어서 영원히 우리 옆에 있으라는 의미로 ‘무한’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해요.
김씨는 “무한이를 집에 데리고 온 이후 계속 쓰다듬어 주고 앞으로 같이 살자고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합니다. 4개월이 아니라 4년 같이 산 것처럼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해요.
평소 닭가슴살을 즐겨 먹는 무한이는 추석 명절을 맞아 또 다른 특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웰시코기 혼종견 심바(1,2세 추정·수컷)는 폐가에서 혼자 남겨져 있다 주민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습니다.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심바는 사람과 같이 지내서인지 손, 발을 척척 내주는 애교는 기본이고 사람에게 폭 안겨 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할머니나 청소부 아저씨들만 보면 짖어서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봉사자들을 안타깝게 했는데요.
배현경씨는 평소 유기견 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심바를 처음 보게 됐습니다. 배씨는 귀여운 외모에 똑똑한 심바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이후 4주간 행사장을 방문하면서 심바를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낮에 집을 비우는 데다 혹시 유기견이라 공격적이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서 선뜻 데려올 수는 없었지만 고민 끝에 심바를 임시보호하기로 했다고 해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심바는 완벽한 반려견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 배씨 자매의 사랑이 더해졌기 때문인데요. 집에 온 첫날 심바는 긴장한 티가 역력 했지만 누나들이 쓰다듬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산책하고, 간식도 주니 사랑 받는걸 알고는 이튿날부터는 몸을 뒤집은 채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심바가 하루에 혼자 있는 6~8시간 정도 되는데 실컷 자도록 아침에 1시간 정도 산책을 다녀오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강아지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니 전혀 문제 행동이 없다고 해요. 털빠짐은 매일 아침 빗질로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간 적응을 마치고 심바는 8월 중순부터 배씨 자매의 완벽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심바는 추석에 배씨의 부모님 댁으로 내려가 첫 인사를 드리고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는 17일에도 이태원에서는 새 가족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무한, 재석, 심바처럼 이곳 동물들도 다가오는 명절에는 평생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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