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도부가 13일 미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보호무역 기조와 한미동맹 균열 우려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 등 양당 지도부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방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면담 후 워싱턴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 의회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정 의장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공약 등을 겨냥해 “최근 미국 대선과정에서 경제문제도 그렇고 동맹관계도 그렇고 이런저런 걱정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오늘 여러 미국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그런 문제는 중요한 걱정거리가 되지 않겠다는 확신을 했다. 이번 방문에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 “한미동맹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 북핵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이견도 있었지만, 미국의 핵심 정치인들과 의견교환을 폭넓게 한 것은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미국 정책이 갑자기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의회 지도자들의 답변은 명쾌했다. ‘그런 것은 선거 캠페인 때 말하는 것이고 결국 의회를 거쳐야 하므로 궁극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요지였다”면서 “우리의 걱정이 기우임을 미국 지도자들이 얘기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도 “대선 결과에 따라 군사동맹, 경제협력, 한미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여러 변화가 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자, 미 의회 지도자들이 당을 떠나 ‘선거용이고 선거가 끝나면 결국 의회가 제도와 예산권을 쥐고 있어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일은 없다’ 한 소리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미 의회가 북핵 해법과 사드 배치에 관한 한국 내 찬반 논란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견해차 있지만 한미동맹 약화를 불러올 논쟁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이 가장 필요하다. 만약 중국이 단 3 일만 식량과 원유, 생필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북한이 손을 들게 돼 있다”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등에 미온적인데 미국이 외교력을 강화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을 미 의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 일각의 ‘핵 무장론’과 관련해 정 의장은 “라이언 의장을 만났을 때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를 거론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핵무장 또는 전술핵 배치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 반응을 보인다는 느낌만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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