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북한의 ‘핵보유국’ 착각… 북한은 파키스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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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북한의 ‘핵보유국’ 착각… 북한은 파키스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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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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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들어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고 6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파키스탄이 1998년 5월 28일과 30일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한꺼번에 감행했고 이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묵인 받았던 것처럼 북한도 일거에 핵능력을 고도화해 핵보유국 지위에 오르려는 의도라는 것이지요.

북한이 실제 파키스탄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게 북한의 목표인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은 핵ㆍ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면, 그 위협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마지 못해서라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실제 핵능력과 핵보유국 인정은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6, 7차 핵실험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쏴서 성공시킨다 한들,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바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구속력, 그리고 NPT 체제의 유지 여부와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은 NPT 가입한 적 없어… 유엔 제재도 받지 않아

파키스탄이 미국의 전략적 판단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반쪽만 맞는 얘기입니다. 물론 미국은 1998년 여섯 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파키스탄에 대해 제재를 가하다가 2001년 9ㆍ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파키스탄을 파트너로 삼으며 제재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재는 미국의 판단에 따른 자국의 독자적인 제재였습니다.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핵개발 국가를 어르거나 달래며 핵무기 포기를 압박해왔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주권국가 대 주권국가간의 갈등 사안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파키스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1974년 첫 핵실험을 했고 1998년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한 인도 역시 지금의 북한과 달리 유엔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늘 주장하듯이 핵실험이든, 핵무기 제조든 이는 원칙적으로 주권 국가가 선택할 문제로서 유엔이 무턱대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유엔 제재, 즉 국제사회 전체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이는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NPT에 서명했기 때문입니다. NPT 체제 밖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애초 NPT 가입을 거부하고, 때로 미국의 제재 압박을 견디며 핵무기 제조의 권리를 지킨 반면, 북한은 1985년에 NPT에 가입을 했던 것입니다. 당시 김일성은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소련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소련의 권유에 의해 NPT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중요한 출발선에서부터 파키스탄과 다른 것입니다. 북한이 모델로 삼아야 하는 나라는 파키스탄이 아니라 이란입니다. 이란 역시 NPT에 가입한 나라였기 때문에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북한처럼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았던 것입니다. 북한과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거죠. 유엔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개발을 이유로 제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두 나라가 스스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NPT를 탈퇴한 것일까

이에 대해 “북한은 NPT를 탈퇴했지 않느냐, 그렇다면 NPT의 구속력에서 벗어나 파키스탄처럼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법합니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 즉 경수로를 공짜로 받는 당근책으로 NPT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져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면서 2003년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NPT 10조 1항은 ‘당사국들은 본 조약의 문제와 관련해 비상사태(extraordinary event)가 국가의 지상(至上) 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한다고 결정한다면,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 조약을 탈퇴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NPT 체제 내에 탈퇴 조항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 조항에 근거해 북한은 NPT를 탈퇴한 것일까요.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NPT가 ‘extraordinary event’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탈퇴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명목상의 조항에 불과하다”며 “핵 비확산 체제의 성격상 가입국의 탈퇴를 허용할 경우 핵 도미노가 발생하고, 이는 NPT 체제 붕괴를 야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탈퇴할 수 없는 조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어떤 나라가 NPT 체제 내에서 핵 보유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실컷 전수 받은 뒤 “나 이제 탈퇴해서 핵무기 만들래”라고 나선다면, 핵무기 비확산 체제가 유지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핵무기를 만들고 싶을 만한 적대국과의 갈등 상황은 어느 나라든 갖고 있습니다. 그걸 모두 ‘비상사태’라고 허용해준다면, 거의 모든 나라가 다 탈퇴해서 핵무기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가 이를 엄격하게 해석, NPT 탈퇴를 불허했기 때문에 1970년 NPT가 발효된 이후 NPT 가입국 중 NPT에서 탈퇴한 나라가 없고, 비핵보유 가입국 중 핵보유국으로 인정된 나라도 한 곳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단 한 곳, 북한이 스스로 탈퇴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제외하면요. 그렇지만 유엔은 북한의 NPT 탈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유엔 안보리가 첫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들었던 것이죠.

유엔이 북한의 NPT 탈퇴를 인정할 경우, 그러니까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장 이란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란도 ‘비상사태’를 이유로 NPT를 탈퇴해서 핵개발에 나선다면 무슨 명분으로 이란을 제재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의 탈퇴를 인정하면 중동 등 여타 다른 지역의 핵개발 도미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재 NPT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90개국이 가입해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외에 다 가입해 있는 것입니다. NPT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의 핵보유 기득권을 인정, 불평등 조약의 성격을 띄고 있어 논란이 많았으나 인류 공멸의 핵무기 확산을 막은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제조를 막긴 했으나 핵보유국들이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 기술을 전수토록 해 비핵보유국이 무작정 손해만 본 것도 아닙니다. 초기에는 여러 나라들이 NPT에 반발하며 가입을 꺼렸으나 지금은 3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NPT에 가입해 핵 비확산을 지키는 국제적 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NPT 체제가 이렇듯 광범위한 나라에 적용돼 보편적 규범의 성격을 띄게 됨에 따라 NPT를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라도 예외나 탈퇴를 인정해준다면 NPT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입니다.

독자 핵무장론은 북한 핵보유국 용인하는 꼴

최근 보수 진영 일각은 북한처럼 NPT 10조 1항의 탈퇴 조항을 제시하면서 우리도 NPT를 탈퇴할 수 있다면서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해할 수 있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국제 사회가 인정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우리의 NPT 탈퇴를 인정하면 중동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핵무장 등을 야기해 NPT 체제 자체가 붕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불가능성을 제외하고 볼 때도 이 주장은 묘하게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NPT 탈퇴를 주장하면 북한의 NPT 탈퇴도 인정해주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할 명분도 더 이상 없어지는 거죠. 유엔 제재를 추동할 근거도 없어집니다. 우리가 국제법을 어겼는데, 어떻게 국제 사회에 대북 제재를 호소하겠습니까.

사실 핵에 대해 핵으로 맞서는 방식은, 상대의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핵강국으로 상호 인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 미소가 ‘핵 대 핵’이란 ‘공포의 균형’을 이룬 것도 서로를 핵강국으로 대등하게 인정해 공존을 모색했던 것이죠. ‘핵 대 핵’의 상황에서 나오는 다음 수순은 결국 군축 협상입니다. 과거 미소가 밟았던 길입니다. ‘독자적 핵무장’은 이처럼 군축 협상을 통해 북한과의 공존과 평화를 모색하자는 함의를 담고 있어 어찌 보면 북한을 과거 소련처럼 핵강국으로 대우해주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미국 등 국제 사회가 핵 도미노를 인정할 리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NPT를 탈퇴하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우리도 북한처럼 혼자서 NPT 탈퇴를 선언할 수야 있겠지만, 유엔 제재 하에서 북한과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겠지요.

송용창기자 herm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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