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추석과 프로야구는 짜릿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추석 연휴 동안 극적인 명승부가 펼쳐진 적도 있었고, 개인 타이틀도 추석에 엇갈린 경우가 많았다.
‘미러클’ 한화ㆍ두산
‘한가위 특수’를 누린 팀은 두산이었다. 1986년 9월17일 한가위 전날, 롯데전에서 OB는 최소 무승부를 기록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롯데 선발은 당대 최고의 고(故) 최동원이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8회까지 1-3으로 끌려 가던 OB는 9회말 김형석이 최동원을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터뜨린 뒤 신경식의 3루타를 앞세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988년에도 OB는 10월3, 4일 해태와의 2연전 싹쓸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태는 1승만 거두면 됐다. 1차전을 3-2로 승리한 OB는 2차전에서도 해태 에이스였던 이대진을 상대로 11-5로 이겨 해태를 14년 만에 4강에서 탈락시켰다.
한화도 드라마틱한 승부를 추석 연휴에 연출했다. 양대 리그가 시행됐던 1999년 한화는 추석을 앞두고 매직리그 2위에 올라 있었지만 드림리그 3위인 현대에 승수에서 뒤져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10연승을 내달리며 가을 무대에 입성했고, 기세를 몰아 창단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영원히 회자되는 ‘사’의 전쟁
프로야구 사상 가장 치열한 타격왕 경쟁이 펼쳐졌던 1990년. 해태 한대화와 빙그레 이강돈, LG 노찬엽의 3파전이었다. 추석은 10월3일이었고 9월29일부터 6일간의 긴 연휴가 있었다. 먼저 9월28일까지 타율 3할3푼4리로 1위였던 노찬엽은 29일 OB와의 최종전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쳐 3할3푼3리로 시즌을 마쳤다. 빙그레와 해태의 경기가 그 다음날이었다. 이강돈이 4타수 2안타를 치며 타율 3할3푼4리8모6사를 기록, 노찬엽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한대화는 10월1일 2타수 2안타, 다음날 인천 태평양전에서 3타수 2안타를 쳤다. 타율 3할3푼4리9모3사였다. 할푼리까지 똑같고 모를 따져도 이강돈의 타율을 반올림하면 같았다. 소수점 이하 다섯 자리인 사까지 비교했던 피 말리는 전쟁이었다. 결국 한대화가 ‘사의 전쟁’에서 앞서 타격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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