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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

입력
2016.09.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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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9월 14일

키리바시의 수도 타와라의 해안선.
키리바시의 수도 타와라의 해안선.

리우 올림픽 남자 역도 105㎏급 결승전에 출전한 키리바시의 데이비드 카토아타우(32)의 춤은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비록 역기로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겨가는 조국의 현실을 극적으로 들어 보였다.

키리바시는 호주 동북쪽 오세아니아 한 바다에 있는 33개 산호 섬 나라다. 1892년 영국 보호령이 됐고, 2차대전 중에는 일본에 점령당해 태평양전쟁의 치열한 전장이 되기도 했다. 1979년 독립했고 99년 9월 14일 유엔에 가입했다. 산호 섬이라 해발 고도가 낮고 별 자원도 없고, 물도 부족해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다. 국민은 약 10만여 명, 대부분 수도 타라와 섬에 거주하며 주로 어업과 관광업에 종사한다. 길버트제도 서쪽 바나바 섬에서 1900년 인광석(비료의 원료)이 발견되면서 영국은 주민들을 인근 피지의 라비 섬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광산을 채굴했고, 그 광산이 고갈돼 영국인들이 떠난 해가 키리바시가 독립한 1979년이었다.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은 지구의 재앙이지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다. 키리바시와 몰디브 등 남태평양의 섬들, 유럽 일부 국가들 특히 북극의 얼음 땅과 맞닿아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들은 다급하다. 차오르는 해안선 최전선에 키리바시가 있다. 21세기를 못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불과 3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살아있는 산호 섬이라 해수면이 상승하면 땅의 모습도 점차 다르게 적응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결코 위안 삼을만한 얘기는 아니다. 2014년 이웃 나라 피지가 유사시 키리바시 전 주민의 이주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정이 조금 낫달 뿐 피지의 마을들이 하나 둘 물에 잠기고 있는 처지다.

유엔은 2001년부터 기후변화 영향들을 조사ㆍ분석해왔고, 키리바시 정부는 유엔 가입이래 잇달아 다급한 SOS를 보내왔다.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격해진 파도에 따른 침식과 가뭄, 사이클론 등으로 물에 잠기기도 전에 국가 인프라가 망가질 판이라는 보고서도 제출했다. 그 전조들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9월 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탄소 최다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19년 만에 기후변화협약에 비준했다. 한국의 어떤 신문은 저 일을 두고 ‘탄소 전쟁’이란 말까지 써가며 통상 비관세장벽 상승을 염려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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