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지진 등 환경 변화에 민감해 이를 미리 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1976년 30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 탕산 대지진 직전 수만 마리의 잠자리와 새들이 줄지어 날아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한다. 2004년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동물 사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런 통념이 더욱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의 지진 예지 능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전 두꺼비 이동이 목격돼 지진의 전조로 여겨졌으나 며칠 후 산둥성에서는 두꺼비 떼의 이동에도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 지진의 전조로 자연현상이 거론되기도 한다. 긴 띠 모양의 구름이 연속적으로 피어 있는 모습의 지진운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고교생이 지진운을 목격해 인터넷에 올렸는데 얼마 후 익산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실제로 일어나 화제가 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진운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구름의 움직임이나 모습으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0년 칠레 대지진 때 목격된 띠 모양의 무지개를 ‘지진무지개’라고 하고, 지진 전에 발생하는 섬광을 ‘지진광’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학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현재의 과학지식으로는 지진의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상청의 ‘기상백과’에는 암석의 전기전도율과 방사성동위원소 양, 미소지진활동의 변화 등을 지진 전조현상으로 들지만 대부분 발생 후에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 전조현상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여러 국가에서 지진예측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적 수준의 기술은 내놓지 못했다.
▦ 경북 경주에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지난 여름 부산의 가스냄새와 개미떼 이동이 전조현상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의문의 가스냄새는 공단에서 유출됐고, 개미떼는 “장마 끝난 뒤 백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일축했다. 이런 억측은 이번 지진 때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마비와 재난문자 발송 오류 같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도 원인이 있다. 괴담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하려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신속한 대처가 우선돼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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