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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한진해운, 자구노력한 게 뭐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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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한진해운, 자구노력한 게 뭐있나”

입력
2016.09.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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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와줄 것 안일한 생각”

조양호ㆍ최은영에 이례적 직격탄

조회장 사재 400억 출연 불구

하역비 충당 등 턱없이 부족

대한항공 600억원 조달도 불투명

해외ㆍ선박 직원 800명 눈물의 추석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한진해운 물류대란에 대한 기업의 무책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약속한 사재 400억원이 지원됐지만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액수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각국 항만에 압류됐거나 공해 상에서 대기 중인 선박 위에서 눈물의 추석을 맞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기업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를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을 향한 비판이었다. 박 대통령이 특정 기업과 기업인들을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이 물류 대란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과 관련, “해상 운송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을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른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게도 정부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살 길을 찾으라는 경고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부처에도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진해운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철저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조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400억원을 한진해운 계좌에 입금했다. 한진해운의 사용 계획을 법원이 승인하면 하역비가 없어 입항을 못한 채 해상에 대기 중인 선박들에 전달된다. 한진해운은 이미 자체 자금으로 미국 서부 롱비치항 부근 선박들에 200억원을 지원한 만큼 조 회장이 조달한 400억원은 다른 국가 항만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기준 운항 차질을 빚고 있는 선박은 컨테이너선 78척에, 벌크선 16척을 합쳐 94척에 이른다.

그러나 조 회장의 400억원에 최 회장이 내놓는 100억원이 더해져도 긴급 지원 자금은 500억원에 그친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에 실려 전 세계 해상을 떠도는 화물만 35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평소 비용을 감안해 최소로 추산한 하역비만 1,7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가 내 놓은 자금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더구나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자회사(TTI) 지분 등을 담보로 대여하기로 의결한 600억원은 조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당정 간담회에서 “절차를 밟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고, 자금이 최종적으로 들어올 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도 선박이나 해외 근무 한진해운 직원 800여 명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게 됐다. 해운업의 특성 상 명절 연휴에 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식량과 식수 부족, 현지 화주들의 협박까지 받으면서 악전고투해야 한다. 애타는 화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국내에서도 직원 상당수가 연휴를 반납하고 비상 근무에 들어간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임직원 전체가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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