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책임론과 관련, “북핵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한 데 대한 전면 반박이다. 그는 또 “대북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사태를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오히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을 강도 높게 견제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도 카터 장관의 발언을 “본말전도이자 중국에 구정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정부와 관변 언론의 이런 반응은 1월 4차 핵실험 당시 “북한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한 것과는 판이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로 얼어붙은 한중, 중미 관계가 5차 핵실험에 대한 해법을 놓고 더욱 대결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대북 국제공조에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중국과 마땅한 소통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5차 핵실험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것과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아직 통화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중국의 자세로 보아 다음달 초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될지도 불투명하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제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2기가 괌의 앤더슨 기지를 발진해 한반도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전략폭격기를 배경으로 한 이순진 합참의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합참의장은 “정권자멸”등을 언급하며 강력한 응징을 경고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도 “최대한 강력한 압박조치”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 감행”등 강한 어조가 주를 이뤘다.
북한을 핵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려면 이런 군사적 응징태세를 과시하는 것 못지 않게 흔들림 없는 대북 공조체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5차 핵실험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외교전선은 균열된 모습이다. 이래서는 아무리 강한 군사 대응조치를 외치더라고 효과가 반감하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의지의 대결”에서 이기려면 국제 공조태세부터 먼저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그를 위한 정부의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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