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6자 대표 “강력 조치에 최선”
약식 문답 대신 이례적 공동회견
괌서 날아온 전략폭격기 B-1B
공군 전투기 호위 받으며 위용
한미 양국이 13일 외교 국방 양 분야에서 끈끈한 한미 동맹을 과시하며 고강도의 대북 압박에 나섰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급파된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2대가 이날 한반도 상공에서 무력 시위를 하는 동안 서울 세종로 외교부에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6자 회담 한ㆍ미 수석대표의 구두 경고가 나왔다. 군사ㆍ외교적 양공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미군은 이날 오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미국의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시켰다. 오전 10시께 오산기지 상공에 도착한 B-1B 는 각각 우리 공군 F-15K와 F-16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기지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공 비행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나흘만으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언제든 2~3시간 이내에 전략 폭격기를 투입해 융단폭격을 퍼부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창기병(槍騎兵)을 뜻하는 랜서(lancer)가 별칭인 B-1B는 56톤의 유도미사일과 폭탄 등을 싣고 음속의 2배로 비행할 수 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오산기지에서 B-1B의 무력시위를 지켜본 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켰고 이는 우리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합참의장은 “북한은 핵 개발을 진척시킬수록 정권 자멸의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북한을 압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는 협의 후 약식 문답(도어스테핑)을 해왔지만 이날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식으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성김 특별대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강력한 조치가 유엔 차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김 특별대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화 병행론에 대해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논의할 대화에 준비가 돼 있다면 6자 회담을 통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안타깝게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미 양국의 군사 외교 동맹 과시는 북한에 대한 압박 외에도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주장 등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겼다. 성김 특별대표와 브룩스 사령관은 확장 억제 등을 통한 동맹국 방어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오늘의 무력시위는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광범위한 군사적 전력’의 예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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