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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또 흔들려…명절 즐길 분위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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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또 흔들려…명절 즐길 분위기 아냐”

입력
2016.09.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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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도 여진으로 불안감

면사무소엔 문의전화 빗발

“인명 피해 없이 다행이지만

이번이 마지막 지진이었으면…”

13일 오전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리의 한 주택가에서 집주인이 지진으로 무너진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마을은 전날 발생한 경주 5.8 지진의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더욱 컸다. 경주=연합뉴스
13일 오전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리의 한 주택가에서 집주인이 지진으로 무너진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마을은 전날 발생한 경주 5.8 지진의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더욱 컸다. 경주=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도정옥 할머니가 금이 간 집을 가리키고 있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도정옥 할머니가 금이 간 집을 가리키고 있다.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리 입구에 추석명절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리 입구에 추석명절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추석 명절도 물 건너갔어요.”

13일 오전 11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6.3㎞ 떨어진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입구에는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라는 부지1리 청년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하지만 12일 발생한 경주 5.8 지진 진앙인 이곳에는 무너진 담벼락과 여기 저기 떨어져 뒹구는 기왓장들이 널브러져 있어 명절 분위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부지 1ㆍ2리 11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들의 눈에는 여전히 공포가 가시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도정옥(80) 할머니의 2층 집은 벽면에 심하게 금이 가 있었다. 도씨는 “지진으로 가게 물건이 떨어지고, 가재도구도 엉망이 되면서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아들과 물건을 정리했다”며 “신경약을 먹었는데도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선(81) 할머니 집은 담장이 6∼7m 허물어졌고,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최 씨는 “집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부지1리 마을회관에는 벽시계가 떨어진 채 깨져 있었다. 첫 지진 후 모여든 주민들이 두번째 지진에는 밖으로 달아난 곳이다. 이날 이곳에는 어르신 10여 명이 지난 밤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장롱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넘어졌다”, “기왓장이 와르르 무너졌는데도 수선할 방법이 없다” “집에 들어가기 무서워 가족들과 차 안에서 밤을 지샜다” 등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내남면사무소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을 부지리와 인근 마을로 보내 피해조사를 하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피해 상태를 살피기 위해 집집마다 아침문안을 올리는 중년 주민들도 있었다.

지진 발생 후 마을 안내방송으로 주민들을 대피시킨 부지2리 박종헌(61) 이장은 “아직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규모에 비해서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불안감을 떨쳐내고 집안 정리 등 사태수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남면에서 접수된 지진피해 800여 건 중 150여건이 부지리에서 일어났지만 진앙이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첫번째 규모 5.1 지진 진앙인 내남초교 인근과 두번째 5.8 지진 진앙인 화곡저수지도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언제 추가 지진이 발생할 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70∼80대인 이곳에서는 하루 사이에 추석 명절이 사치스런 얘기가 돼버렸다. 한 할머니는 “차례상을 보기 위해 장을 봐놓기는 했는데, 명절을 즐길 분위기 아니다”며 “간단하게 차례만 지내고 끝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8시24분에도 규모 3.2의 여진이 발생하고 오후 4시에도 땅이 흔들리는 등 지진이 가라앉지 않자 애만 태우고 있다. 부지리 주민 박모(56)씨는 “한 평생 경주에 살면서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지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글ㆍ사진 최규열기자 echoi1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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