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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영화 빅5 들여다보기

입력
2016.09.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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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정’이 7일 개봉 첫 날 28만 관객을 동원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날 나란히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3만여명,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2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정’이 7일 개봉 첫 날 28만 관객을 동원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날 나란히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3만여명,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2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주사위는 던져졌다.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들이 숨을 죽이고 관객의 동향을 살피는 중이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나란히 개봉한 ‘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고산자’)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추석 기대작답게 차례로 1~3위를 차지했다. 출발선은 조금 다르다. ‘밀정’이 이날 28만7,237명의 관객을 동원해 2위 ‘고산자’(2만9,603명)와 3위 ‘거울나라의 앨리스’(1만9,058명)를 멀리 따돌렸다. ‘밀정’이 초반 기세를 잡기는 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당초 14일 개봉을 13일로 앞당겨 추석 관객몰이에 나선 두 편의 기대작도 만만치 않다.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 7’과 57년 만에 돌아온 블록버스터 ‘벤허’가 그 주인공이다. 추석 영화 빅5의 면면을 살펴봤다.

영화 ‘밀정’의 김지운(왼쪽) 감독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 최재명 인턴기자
영화 ‘밀정’의 김지운(왼쪽) 감독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 최재명 인턴기자

강우석 vs 김지운

운명적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오랜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는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내놓은 것도 모자라 개봉 시기까지 같다. 얄궂은 운명이다. 심지어 시대극이라는 장르로 인해 비주얼을 극대화한 대목까지 똑같다.

충무로 데뷔 30여년 만에 첫 사극을 내놓은 강우석(56)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인물 김정호(차승원)의 삶을 조명했다. 소설가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는 그. 박 작가가 “7년 전 소설인데 영화로 만들겠다고 연락해 온 사람은 강 감독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조선 팔도의 풍광을 담아내야 하는 김정호의 여정을 그리는 일은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다. 백두산에서 마라도까지 그림 같은 풍광을 잡아내기 위해 강 감독은 1년 간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지역을 수소문해 직접 발로 뛰었다. 스크린에 펼쳐진 한국화를 감상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

‘밀정’의 김지운(52) 감독은 한국사의 그늘이었던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클래식한 비주얼로 그렸다.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맞닿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항일독립단체의 젊은 리더 김우진(공유) 사이에 흐르는 냉기는 모노톤 화면이 중화재 역할을 한다. 의상이나 소품도 지나칠 수 없다. 반듯하게 맨 넥타이와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는 송강호가 겪는 내면의 갈등을 극대화했고, 안경이나 베레모 하나로 시대적 감수성을 살린 공유의 스타일도 눈 여겨 볼 만하다.

7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대결에서 차승원(오른쪽)보다 송강호가 먼저 웃었다. ‘밀정’은 개봉 이틀 째인 8일에도 56만 관객을 넘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최재명 인턴기자
7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대결에서 차승원(오른쪽)보다 송강호가 먼저 웃었다. ‘밀정’은 개봉 이틀 째인 8일에도 56만 관객을 넘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최재명 인턴기자

송강호 vs 차승원

배우 송강호(49)와 차승원(46)의 대결만으로도 추석 극장가는 잔칫상을 차릴 판이다. 관객이 몰리는 대목 장사에 펄떡이는 대어들을 깔았으니 어깨에 힘을 줄 만하다. 두 배우는 역사물이라는 특성상 자칫 진지해서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특유의 유머러스한 인간미로 다졌다. 강우석과 김지운 감독의 코믹 감성을 적절하게 녹일 줄 알기에 가능했다.

흥행 대결에선 송강호가 먼저 웃었다. ‘밀정’이 개봉 첫 날 28만명 관객을 모으더니 이튿날 56만명까지 동원해 우위를 점한 상황. 첩보영화라는 예상을 깨고 이정출의 고뇌를 깊이 있게 그린 ‘밀정’은 송강호의 내면 연기가 빛을 발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에 이어 네 번째로 김 감독과 함께하며 20년 지기 호흡을 영화에 녹여냈다. “오히려 캐릭터를 손상시킬까 애드리브를 자제”했다지만 ‘송강호표’ 코믹대사를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

tvN ‘삼시세끼’로 만인의 ‘차줌마’가 된 차승원은 이름은 알지만 삶은 낯설기만 한 김정호를 친근한 인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도에 미쳐 세도가들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강단 있는 김정호를 표현하다가도 ‘딸 바보’ 아비의 선량한 심성을 고이 드러낸다. 강 감독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본을 정독한 차승원의 노력”이라고 치하했다.

올 추석은 이병헌의 독무대다. 그는 ‘밀정’과 ‘매그니피센트 7’(13일 개봉)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만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UPI코리아 제공
올 추석은 이병헌의 독무대다. 그는 ‘밀정’과 ‘매그니피센트 7’(13일 개봉)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만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UPI코리아 제공

이병헌 vs 이병헌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은 아니다. ‘밀정’에선 카메오일 뿐이고, ‘매그니피센트 7’에선 조연이다. 그러나 스크린을 장악하는 ‘미친 존재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우 이병헌(46)은 올 추석 자신이 출연한 영화끼리 경쟁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됐다.

관객은 전혀 다른 이병헌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눈빛부터 다르다. ‘밀정’에서 이병헌은 의열단의 수장 역으로 이정출과 만나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다. “정채산이요”하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눈빛은 송강호를 압도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부드럽게 웃음을 보이지만 나라의 독립만이 살 길이라는 정채산의 기개를 섬세하게 그린다.

1879년을 배경으로 한 ‘매그니피센트 7’에선 암살자 빌리 락스로 등장해 차가운 눈빛을 선사한다. 분명 서부영화지만 이병헌이 쓰는 건 총이 아닌 칼. 그래서 눈빛은 더 정교하고 날카롭다. 덴젤 워싱턴, 이선 호크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매그니피센트 7’에 이병헌이 출연하게 된 건 추석 라이벌 ‘밀정’의 김 감독 공이 크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김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이병헌이 출연한 사실을 알고는 뒤도 안보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57년 만에 리메이크 된 블록버스터 영화 ‘벤허’에서도 숨막히는 전차 경주 장면이 압권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57년 만에 리메이크 된 블록버스터 영화 ‘벤허’에서도 숨막히는 전차 경주 장면이 압권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6년 만에 돌아온 조니 뎁 주연의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무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6년 만에 돌아온 조니 뎁 주연의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무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블록버스터 VS 판타지

로마시대 형제 같은 친구의 배신으로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유대인 벤허. 루 윌리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07년 처음 영화화 된 ‘벤허’는 1925년, 1959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리메이크됐다. 우리가 떠올리는 전차 경주 장면은 1959년 작품이다. 당시 제작 기간만 10년에 출연진이 10만명, 상영시간도 222분에 달했으며,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 11개 부문을 석권한 대작이었다. 2016년판 ‘벤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숨막히는 전차 경주 장면이 15분간 펼쳐지며 짜릿한 전율을 제공한다. 이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3개월간 전차 트레이닝을 받았고, 촬영도 무려 한 달 동안 진행했다. 벤허 역의 잭 휴스턴은 “훈련은 무시무시했다”는 말로 긴장됐던 현장을 떠올렸다.

‘벤허’가 스펙터클한 장면들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의 감독 팀 버튼이 이번에는 제작을 맡았다. 전편에 이어 조니 뎁이 모자장수로,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앨리스로 나온다. 하얀 여왕 역에 앤 해서웨이, 붉은 여왕은 헬레나 본햄 카터가 그대로 출연한다. 거울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된 앨리스. 위기에 처한 모자장수를 구하려고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마법 도구 ‘크로노스피어’를 악당인 시간(사챠 바론 코헨)에게 훔쳐낸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시간. 그는 위로 솟은 모자를 쓴 독특한 외형으로 나타나 앨리스를 잡으러 다닌다. 시간뿐만 아니라 분, 초의 이름으로 시계 부품의 외모를 가진 캐릭터도 인상 깊다.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판타지 영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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