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다음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MBC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 2TV '쇼퍼맨이 돌아왔다', JTBC '히든싱어'.
정답은 모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의 수혜를 받은 예능들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시험 제작 방송으로 1~2회를 먼저 내보낸 후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시청자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니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흥행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괜찮은 장치인 셈이다.
특집 방송을 꾸려야 하는 명절은 차기 흥행 후보를 실험하기 좋은 절호의 시기다. 최근 명절엔 예능계 전초전 양상이 과열되고 있다. 아이템도 숨가쁘게 진화 중이다. 2000년대 초반 가족의 장기자랑, 다국적 스타를 활용한 토크쇼 등 가족 중심의 컨텐츠가 많았으나, 2010년 MBC의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가 흥행한 이후 아이돌 가수들이 안방 극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올해는 또 다르다. 아이돌 섭외는 여전하지만 내실 있는 기획을 만드는 데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제작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방송 수명이 짧아지고 경쟁은 더 심해진 업계에서 힘들게 준비한 기획을 단발성으로 날리지 않으려면 더욱 기발한 생각이 필요하다.
1. 실시간 소통 예능이 대세?
수동적인 시청자의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가 방송에 적극 개입하면서 실시간 소통 예능이 부상하고 있다. 15일 오후 11시 방영 되는 MBC '상상극장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우설리)'은 네티즌과 함께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 네티즌의 릴레이 댓글을 토대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는 형식이다. 16일 방영되는 MBC '톡쏘는사이'에서는 스타들이 국내 여행을 하면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네티즌의 지령을 받고 미션을 수행한다. 추석 특집은 아니지만 JTBC는 오는 10월 '이달의 행사왕'이라는 파일럿 방송을 준비 중이다. 비싼 행사비 탓에 연예인을 섭외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전자상거래 형식으로 연예인의 재능을 판매, 각종 행사 무대에 지원할 계획이다.
2. 시구·마술·타임슬립…새로운 소재
여행, 요리 등 방송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새로운 소재를 찾는 노력도 이뤄졌다. 오는 14일 SBS '내일은 시구왕'에서 연예인 시구대회가 열린다. 총 21팀의 연예인 참가자가 대회를 펼치는데 투수 자세, 스피드뿐만 아니라 패션과 예술성, 진정성까지 평가해 최고의 시구왕을 가린다. 배우 홍수아 '개념 시구', 배우 클라라 '레깅스 시구'의 맥을 잇는 시구 스타를 배출하겠다는 의도다.
과학과 미술이라는 학구적인 소재도 있다. 오는 14일 KBS 2TV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에서는 과학과 마술이 결합된 새로운 소재의 예능이 출격한다.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 '1박2일 시즌2'를 연출한 이세희 PD와 임덕순PD의 합작으로 두 차례 티저 영상을 배포해 기대감을 심었다. 15일 KBS 2TV '구라차차 타임슬립 새소년'은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체험 버라이어티쇼다. 방송인 김구라, 배우 차태현, 가수 은지원, 랩몬스터 등 5명의 남자가 과거의 나로 다시 살아보게 된다.
3. 주춤한 토크쇼, 기사회생할까
2~3년간 오디션, 요리 방송에 밀려 주춤했던 토크쇼도 시도된다. KBS 2TV '헬로프렌즈-친구추가에서는 연예계 '아재'와 1020세대가 만나 세대 구분없이 친구가 되도록 교감을 나눌 예정이다. '아재'는 윤종신, 김준호, 서장훈, 허지웅이, 1020세대는 걸그룹 아이오아이, 여자친구, 에이핑크 등 아이돌이 맡는다.
JTBC는 토크 형식 자체에 집중했다. 14일 방영되는 '토크 히어로'에서는 국내 인정받는 입담꾼들이 모여 우열을 가린다. 방송인 지석진, 김신영 외에 방송인 윤다훈, 남희석, 주영훈 등 반가운 얼굴도 등장할 예정이다. 경쟁에 집중해 신변잡기 수다로만 그칠 우려도 있으나, 토크 후계자를 양성한다는 형식은 신선하다. MBC '가격 측정 토크쇼 머니룸'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격을 측정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자는 취지다. 방송인 홍석천이 "빌려주고 못 받은 돈만 2억원이라, 안 빌려주고 그 돈으로 가게를 차렸다"고 밝히는 등 녹화 때 시원하게 돈 얘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화 상태인 노래 아이템으로 2차 노래 대전을 예고하는 방송들도 보인다. KBS 2TV '노래싸움-승부', SBS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이하 부르스타)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격한다. 다소 진부해진 소재라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지가 관건이다. '노래싸움-승부'는 다양한 직군의 연예인과 음악 감독이 한 조를 이뤄 1대 1 서바이벌 노래대결을 펼친다. '부르스타'는 연예인 게스트가 가수들에게 보컬 레슨을 받는다. 배우 이영애가 출연해 자택과 자녀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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