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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단층 좌우로 움직이며 발생… 진원 깊어 피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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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단층 좌우로 움직이며 발생… 진원 깊어 피해 적었다

입력
2016.09.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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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단층 서쪽 그동안 지진 없어

쌓여있던 힘이 큰 규모로 분출

진원 깊이, 전진 13㎞ 본진 12㎞

지진파 지속시간 1초 정도 그쳐

지표면 건물 붕괴 등 많지 않아

12일 경주 지진은 지각 내부에 쌓여 있던 힘(응력)이 ‘양산(梁山)단층’을 좌우로 움직이며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관측사상 최대인 규모 5.8 지진에도 피해가 비교적 작았던 것은 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지점인 진원(震源)의 깊이가 깊고, 지진파의 지속 시간도 짧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양산단층이 좌우로 움직여 지진 발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13일 경주 5.8 지진과 관련, “경주 지진은 양산단층과 평행한 방향의 주향(走向)이동성(단층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 단층 운동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부산ㆍ경남 일대에는 북북동(NNE)-남남서(SSW) 방향의 단층(양산단층대)들이 많다. 가장 내륙 쪽의 자인단층부터 밀양단층, 모량단층, 양산단층, 동래단층, 일광단층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이 중 양산단층이 접촉한 면(단층면)을 따라 서로 다른 방향(좌우)으로 움직이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게 지진연구센터 설명이다. 지진연구센터 관계자는 “과거에는 양산단층 동쪽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서쪽에서 발생했다”며 “그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응력이 쌓여서 큰 규모(5.8)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진은 지각 내부의 응력이 분출하면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가 빠져나갈 틈(단층)이 있는 곳은 지진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축적돼 있던 응력(stress)이 컸고 많이 깨져 있는 지역, 즉 단층이 많이 있는 경주 지역 단층으로 분출되었기 때문에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분포하는 주요 단층대는 양산단층대 외에도 강원 영월-옥천-홍성을 잇는 옥천단층대, 원산-서울-서해로 이어지는 추가령단층대 등이 있다. 응력이 쌓일 경우 이런 단층대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충남 금산(규모 3.1), 2014년 4월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충남 태안 해역도 이런 단층 분포 지역이다.

진원 깊고 지진파 지속시간 짧아 피해 작아

경주 지진은 규모 5.8로, 1978년 지진 계측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지만,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유는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가 처음 방출되는 지점인 진원이 깊어 표면까지 전달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2일 저녁 7시44분에 발생한 진도 5.1 규모의 전진은 진원의 깊이가 13㎞였고, 저녁 8시32분에 발생한 진도 5.8의 본진 진원도 12㎞로 깊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원이 얕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6.2로 경주 지진(규모 5.8) 보다 규모가 조금 큰 수준이었지만, 진원이 5km로 얕아 수백명이 숨지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땅을 흔드는 지진파의 지속시간도 짧았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규모 5.8이면 진앙(진원에서 연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 근처에서는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정도지만 이번엔 지진파(S파)의 지속시간이 1초 정도로 짧아 다행히 피해가 작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진파의 주된 에너지가 저주파일 경우엔 지속 시간이 긴데, 이번에는 10㎐(헤르츠) 이상 고주파에 집중돼 건물 붕괴 등 지표면에서의 피해가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일반적으로 경주 지진처럼 단층이 좌우로 움직이는 지진은 상하로 움직이는 직하형 지진 보다 피해가 적다. 6,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1995년 1월 일본 고베 대지진은 직하형 지진이었다.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 전문가들도 이견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 센터장은 국내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단층이 길어야 지진의 규모도 커지는데, 우리나라는 단층 길이가 대체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그는 “규모 6.5 이상 또는 7.0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려면 단층의 길이가 수십 ㎞ 정도인 굉장히 큰 단층이 있어야 하고 그만큼의 응력이 축적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처럼 길이가 수십 ㎞인 단층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주요 단층대는 연속돼 있지 않고 끊어져 있다. 지 센터장은 “다만 길이가 수 ㎞인 단층은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규모 6.5 정도의 지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 발생 기록이 담긴 고대 문헌들을 살펴보면 400~500년에 한번씩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며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조선왕조실록에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나온다”며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례로 볼 때 오랜 기간 응력이 쌓이면 이로 인해 큰 지진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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