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이 펼친 낙선운동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선거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낙선운동을 제재하는 것은 정치참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ㆍ13 총선 당시 불법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하고 낙선운동 집회를 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등 22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전국 1,000여개 시민사회단체 및 34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총선넷은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의정활동을 토대로 ‘집중낙선 대상자’ 35명을 선정했다. 이후 인터넷 투표를 거쳐 ‘최악의 후보 10인’을 선정한 뒤 총선 일주일 전부터 해당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실 앞에서 12차례의 낙선 기자회견을 했다.
경찰은 총선넷이 실시한 온라인 투표 참여자가 3,000여명에 불과한데다 중복투표도 가능했기 때문에 ‘선거 여론조사 시 전 계층을 대표하는 피조사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108조 5항에 위배된다고 봤다. 총선넷의 기자회견도 사실상의 낙선운동 집회라고 판단했다. 총선넷 회원들은 기자회견 당시 ‘나는 안찍어’ 라고 적힌 창문틀 형식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는데 이때 후보자의 선거현수막에 쓰인 이름이나 사진이 피켓의 빈 공간을 통해 보이게 한 시위 방식을 우회적 선거운동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낙천ㆍ낙선 대상자를 인터넷 사이트나 기자회견으로 공표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확인했다”며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건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경찰의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은 후보자의 이름까지 적시하며 낙선운동을 했는데도 총선넷만 겨냥한 것은 명백한 정권의 표적 수사”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부터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내기 위해 선거운동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낙선운동을 수사기관이 과도하게 억누르는 것은 ‘선거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시민단체의 당연한 권리”라며 “비방ㆍ흑색선전을 하는 게 아니라면 정보제공 행위로서 낙선운동은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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