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꼭 지켜 나가자는 제 나름의 다짐이에요.”
홍그림(32) 작가는 13일 자신의 그림책 ‘조랑말과 나’(이야기꽃)를 들고서 쑥스럽게 웃었다. 이름이 ‘그림’인 사람답게 어릴 적부터 미술에 취미가 있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게임업체에 취직도 했다.
그런데 회의가 밀려왔다.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데, 진한 일본풍에다 노출이 강한 그림들을 요구해왔어요. 그게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구체적 지시도 있었다 했다. 상업 논리에 따라 여성들을 헐벗게 그리려다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내가 왜 이런 작업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작가로 전업했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 다들 말렸지만 속은 편했다. “그림도 제가 원하는 풍으로 그릴 수 있고, 거기다 스토리까지 스스로 구성할 수 있으니까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4, 5년 준비기간을 거쳐 처음 내놓은 책이 ‘조랑말과 나’다. 한 아이가 어떤 일이 있어도 조랑말을 꿋꿋이 이끌어나간다는 얘기다. 조랑말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그 무엇, 그러니까 꿈이나 소망 같은 것으로 대체해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강아지, 고양이처럼 친숙한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어느 정도 덩치가 있는 조랑말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여정을 함께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그림책 첫 작업은 어땠을까. “작가가 혼자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해 줄 것인가, 어떻게 표현해야 다양한 의미도 받아들여질까 등.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많다. “그림책만으로 생계가 안 된다는 건 저도 너무 잘 알고요.(웃음) 다만, 제가 택한 길이니까 오래 작가를 할 수 있도록 다른 일들을 병행하더라도 쭉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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