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부실 지진 보도로 도마에 올랐다.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내보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재난방송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BS는 12일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자 3분 뒤부터 이 소식을 자막 방송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오후 8시 32분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뒤에도 재난 특집 방송 등으로 전환하지 않고 정규방송을 이어갔다. 오후 8시와 8시 45분 약 4분 가량의 뉴스특보를 방송했지만 이후 시사교양 프로그램 ‘우리 말 겨루기’와 일일 연속극 ‘별난 가족’을 예정대로 방송했다. 뉴스특보의 내용도 지진 발생 지역과 규모 등 기상청이 발표한 기본 정보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나 대피 요령 등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KBS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제40조2)에 따라 재난주관방송사로 지정돼 재난상황과 대응책 등에 대해 신속하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진 등 특정 재난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 지난해 7월 구체성을 전면 보완했다며 기존의 ‘KBS 재난보도준칙’을 개정했지만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 ‘공식 발표 자료 보도’ 등 개괄적인 내용에 그쳐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나온다.
KBS와 달리 일본 방송의 재난보도 매뉴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재난방송 시스템을 자랑하는 공영방송 NHK는 보도국 내부에 기상재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에는 재난보도 책임자는 회사에서 반경 5㎞ 이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12일 뉴스를 시청한 시민들의 불만은 컸다. 회사원 조민구(30)씨는 “부산에 사는 부모님 걱정에 KBS를 봤는데 드라마가 나와 황당했다”고 비판했다. KBS의 이날 지진 보도는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보다 못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은 “이번 지진규모 정도면 방송사가 정규방송을 끊고 생중계로 전환했어야 한다”며 “재난 전문가 양성 등 방송이 평소 재난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는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특집 ‘뉴스9’와 ‘뉴스라인’ 등을 통해 속보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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