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분실-충전 문제제기
블루투스 헤드셋 반사이익 전망도
애플이 아이폰6 출시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아이폰7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혁신적인 성능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부정적 평가는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무선 이어폰으로 대체한 애플의 결정에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7 공개행사를 통해 에어팟을 선보였다. 아이폰 첫 모델부터 있었던 직경 3.5㎜ 이어폰 단자를 9년여 만에 없애면서 무선 전송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이다. 에어팟은 양쪽 귀에 하나씩 거는 방식으로 블루투스와 유사하지만 전력 소모가 더 적은 애플 자체개발 ‘W1’ 무선칩과 관련 기술이 담겼다. 에어팟 완전 충전 후 최대 사용시간은 5시간이며 배터리가 내장된 전용 케이스에 담아 수시로 충전할 수 있다.
애플은 에어팟을 “경이롭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영미권 매체조차 반응은 차갑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애플이 개발에 수년간 공을 들인 것이 사실이지만 너무 빨리 제품을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어폰 단자를 없앤 것에 대해 “사용자 적대적이며 어리석은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IT전문매체 ‘씨넷’은 ‘에어팟은 애플의 용감한 결단인가 수익을 위한 사업 수단인가’라는 기사에서 “기술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며 “무선 사운드에 대한 큰 진보라고 주장하지만 가격도 159달러로 비싸고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는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애플이 진정한 무선 제품을 만들려면 무선 이어폰뿐 아니라 무선 충전기능까지 탑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엔가젯’은 “이어폰 단자 제거로 많은 사용자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의 촌평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셸던 쿠퍼 박사’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미국의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산 새 에어팟’ 제목으로 에어팟과 비슷한 형태의 전동 칫솔모를 귀에 꽂은 사진을 올렸다. 에어팟은 기존 애플의 이어폰 ‘이어팟’에서 줄만 없어진 형태여서 ‘콩나물’또는 ‘곰방대’로도 불리고 있다.
에어팟이 비싼데다 선이 없는 형태로 분실 위험까지 높자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4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LG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10년 무손실 음원을 전달하는 ‘톤 플러스’를 처음 출시한 LG전자는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이 1,300만대를 넘어섰다. 톤 플러스의 가격은 5만9,000~21만9,000원이지만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10만원대 초중반이어서 에어팟보다 저렴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에어팟의 음질이 다른 무선 이어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소비자들이 에어팟보다 저렴하고 분실 위험이 적은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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