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참회록’서 “MB정부 실패했다” 비판
내부서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국정운영”냉소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자신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동반 불출마를 승부수로 던졌던 사실을 공개했다. MB는 당시 “내게 맡기라”고 안심시켰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내가 속았다”고 회고했다.
정 전 의원은 12일 본보 통화에서 MB정권 내내 ‘상왕’으로 군림한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관철시키지 못했던 막후 비화를 공개했다. 2008년 4ㆍ9 총선을 앞두고 MB와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설득하며 “나도 함께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당시 오찬 회동에는 MB의 ‘책사’ 격이었던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도 함께 했다. 정 전 의원이 기억하는 당시 MB의 답은 이랬다. “한 석을 아껴야지 무슨 소리냐. 다 생각이 있으니 나한테 맡겨라.” 정 전 의원은 “이 전 부의장의 출마는 자신이 막을 테니 걱정 말라는 뜻으로 알았다”며 “결과적으로 내가 속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정 전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권의 소장파 의원들은 ‘55인 선언’을 도모하며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강하게 압박했던 터였다. 그러나 MB의 장담과 달리 이 전 부의장은 출마를 강행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부의장과 나의 동반 불출마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건 결국 나의 용기 부족 때문”이라고 자성했다.
MB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이단아인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비화를 담은 참회문 성격의 연재물을 이달 말쯤부터 한 온라인 매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MB정권의 탄생과 소멸을 회상하며 쓴 ‘최고의 정치, 최악의 정치’다. 그는 한가위를 앞두고 주위에 선물한 13쪽짜리 ‘미니 참회록’에서 “이명박정부는 한마디로 실패했다. 그러므로 나 역시 참회해야 할 사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MB정권의 실패를 반성하며 치부도 조목조목 드러냈다. 중도실용을 내세워 당선됐으나 집권 뒤엔 “꼴통 신자유주의”로 복귀한 MB를 두고 “530만 표 차이의 승리를 가능하게 한 서민대중을 우습게 여긴 오만과 독선의 산물”이라고 직격했다. MB의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도 “오죽하면 내부에서조차 국정운영을 ‘패밀리 비지니스’처럼 한다는 냉소까지 나왔겠느냐”며 “권력을 마치 축재하듯이 벌어들인 사유재산으로 여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MB정권 내내)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 끝까지 비판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내 책임이 면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진정한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여당 내의 친박 패권주의와 개혁 노선 후퇴에 심각한 염증을 느낀 정 전 의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 중도신당 후보 창출을 도모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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