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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도 뜨는데 못 뜬 B-1B...美 ‘확장 억제’ 날씨따라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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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도 뜨는데 못 뜬 B-1B...美 ‘확장 억제’ 날씨따라 바뀌나

입력
2016.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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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강풍으로 이륙 하루 연기”

유사시 한국 방어할지 의구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응징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미국이 계획했던 장거리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상공 전개가 현지 비행장의 기상 악화로 하루 연기됐다. 미군이 밝힌 구체적인 이유는 강풍이지만, 이날 민간 항공기들은 결항 없이 괌에서 이ㆍ착륙한 것으로 확인돼 뒷말을 낳고 있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가 강조했던 ‘확장 억제 (extended deterrence)’가 날씨 때문에 차질을 빚은 것이어서 미군 전력에 의지하는 북핵 억지력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주한미군은 12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의 강풍으로 B-1B가 이륙하지 못했다며 한반도 전개를 최소한 24시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13일 B-1B가 전개되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 나흘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맞바람이나 뒷바람은 상관없지만 옆에서 바람이 불 경우 바람 세기가 시속 40~50㎞(초속 약 11~14m) 정도만 돼도 이착륙 시 전투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앤더슨 공군기지로부터 남서쪽으로 15㎞ 떨어진 안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의 민간 항공기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뜨고 내렸다. 두 곳의 활주로 방향은 똑같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새벽에 이륙하는 여객기는 물론, 괌으로 향하는 비행기들도 현지 공항의 안전한 착륙이 확보돼 오전에 인천공항을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에서 괌으로 향하는 7편의 항공기 중 결항된 경우는 없었다. 강풍이 불 경우 착륙보다 이륙이 더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기상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효율적인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한미군도 이날 오후 전략폭격기 전개가 13일에는 실시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계획된 B-1B 출격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첫 ‘확장 억제’ 조치였으나 첫걸음부터 삐걱대는 모습만 노출한 것이다. 확장억제는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핵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이 주요 전략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 수준으로 한국을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한미는 전략 폭격기가 괌 기지에서 2~3시간 내에 한반도에 출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자산의 주한미군 배치나 전술핵 재배치 등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 안보 전문가는 “유사시 미군의 확장 억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 사건”이라며 “미국 전략 자산에 기대고 있는 우리 방어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한반도를 찾는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이 중 가장 빠르면서도 폭탄 탑재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길이 44.5m, 폭 41.8m, 무게 86톤으로 B-52보다 작고 가벼워 최대속도 마하 1.2로 비행할 수 있다. 괌에서 이륙해 2시간 남짓이면 한반도 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에 공군 오산 기지로 파견되면 한반도 첫 출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자 지난달 6일 미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 있던 B-1B 수 대를 괌에 전진 배치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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