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안보 분야를 뺀 쟁점 현안에서도 적지 않은 인식차를 보였다. 이날 추 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의제를 담은 편지를, 박 위원장은 전기요금 폭탄ㆍ콜레라 등 7대 민생문제, 누리과정 등 예산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를 포함한 6대 현안을 담은 유인물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두 야당 대표의 건의사항을 경청하면서도 정부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특히 우 수석 거취와 검찰 개혁, 위안부 협상, 조선업 구조조정 등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위원장이 “우 수석 본인이 억울해하더라도 사퇴시켜야 한다”고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현재 특별수사팀이 구성돼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자”고 답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근거 없는 의혹만 갖고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일본 측의 최근 요구에 대해선 “소녀상에 대한 이면합의는 전혀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 중) 생존해 계신 분이 얼마 안 되는데 돌아가시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생존해 계실 때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박 위원장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하자고 요청하자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와 재정,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고 정 대변인과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으로 검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마련 중이니 (결과를 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고려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어려운 경제 현황과 관련해서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국회에서 하루 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이 부족했다”고 언급했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경제협력개발(OECD) 국가 중에서 관리를 잘 하고 있다. 문제 없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청와대 회동 뒤 “(박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많이 둘러싸여 있어 민생 등에 대한 위기감이나 절박감에 대한 현실 인식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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