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안 한 3번 갱도서 움직임
노동당 창건일 내달 10일 주목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는 2개의 갱도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져, 파키스탄이 1998년 감행한 동시다발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서쪽(2번) 갱도의 파생갱도와 남쪽(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포착됐다”며 “더 이상 징후를 거론하는 건 의미 없고, 이제는 언제든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남쪽 3번 갱도는 수년 전 완성됐지만 아직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한미 당국이 각별히 주시하는 곳이다.
과거 한미 군 당국은 풍계리 갱도 입구에 가림막이 설치되거나 주변의 인력, 차량의 움직임을 토대로 핵실험 시점을 예측해왔다. 특히 관측장비를 갱도 안에 넣고 나면 습기가 차서 길어야 3주 이내에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북한이 기술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제는 상시 핵실험 국면으로 바뀌었다. 정확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북한의 핵실험 우려를 고조시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간 것도 그 때문이다. 국방부는 5차 핵실험이 터지자 뒤늦게 “2~3개월 전에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지만, 바꿔 말하면 언제 버튼을 누를지 몰랐다는 얘기다.
북한은 만탑산 주변 곳곳에 여러 갈래의 갱도를 파놓고 수 차례의 핵실험을 준비해왔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동쪽(1번) 갱도, 2009년과 2013년 2ㆍ3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 접한 서쪽 갱도에서 진행됐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은 서쪽 갱도에서 북쪽으로 2㎞ 더 파고 들어간 파생갱도에서 이뤄졌고, 5차 핵실험은 이 파생갱도에서 동북쪽으로 500m 떨어진 또 다른 갱도에서 실시됐다. 만탑산을 중심으로 뱀이 꽈리를 틀 듯 지하에 갱도가 얽혀 있는 모양이다.
정부는 연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5차 핵실험 직후 “국가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15일 핵탄두 폭발시험을 지시한 뒤, 실제 행동에 옮긴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에 정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은 서해에서 한미 항모 강습단 훈련이 예정된데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논의가 한창 속도를 내면서 대북압박이 가중될 시점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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