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 경주에서 가까운 경북 포항시와 울산, 부산, 대구, 경남, 광주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포항 등에선 아파트 건물 난간이 무너지고 아파트에 금이 가는가 하면 상수도와 지하수에서 갑자기 흐린 물이 나오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 포항시에선 양학동 D아파트 105동 옥상 물탱크가 파손했다. 중앙동 한 2층집 벽돌 난간이 인도로 떨어져 통행이 제한됐다. 10여 개 지역에서 갑자기 탁한 수돗물이 나오기도 했다.
포항시 남구 S아파트 정모씨는 “지진에 놀라 바깥으로 대피했다 집안에 들어가 보니 욕실, 발코니의 세면대나 화분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고, 거실과 방안의 장식장과 서랍장도 다 밀려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시 김모(40)씨는 “2차 지진으로 애들이 놀라 차 열쇠와 지갑만 챙겨 친정집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에어컨 위에 올려둔 물건이 떨어졌다”며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전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와 경북소방본부, 대구 및 경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수천 건의 지진감지신고가 폭주했다.
도모(44ㆍ대구 동구)씨는 “아파트 7층에 사는데 TV를 보던 중 갑자기 드드드드하는 소리가 나더니 아파트가 앞뒤로 심하게 10초 이상 흔들렸다”며 “1시간도 되지 않아 더 심하게 흔들려 밖으로 대피해야 하는 게 아니냐 겁이 났다”며 멀미를 호소했다.
이날 오후 8시33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주택 2층에서 박모(28)씨가 대피 중 1층으로 떨어져 찰과상과 치아 손상을 입었다. 수성구 범어동 한 주택에서도 지붕이 떨어져 뒷골목에 세워둔 승용차 2대가 파손됐다.
부산소방 119안전센터에도 지진 발생 후 1시간여 동안 건물 외벽, 아파트 계단에 금이 가거나 유리창이 깨졌다는 등 피해신고를 비롯, 3,400여건의 신고가 폭주했다.
80층짜리 고층건물이 몰린 해운대 마린시티 등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놀란 입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해운대구 한 아파트 20층에 사는 김모(73ㆍ여)는 “10초 정도 바닥이 덜덜덜 하면서 식탁 위에 있는 등이 흔들거려 급히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영화관에서는 관람객들이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경남 일대서도 건물이 흔들리거나 금이 가고 수도관이 파열되는 등 피해가 진해구 경화동의 한 아파트는 벽에 금이 가고,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LG전자 물류센터 인근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에서는 수도배관이 파열됐다. 창원시 진해구의 한 건물이 약간 기울어졌다는 신고도 들어와 소방당국이 건물 내 인원을 대피시키는 등 긴급 안전조치를 취했다. 대구, 부산, 경남 등지의 대부분 고등학교도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했다.
광주 북구 운암동 L아파트에 사는 김모(53)씨는 “처음에는 약한 진동이 느껴져 지나가는 대형 트럭에 의한 것으로 알았는데 조금 뒤 곧바로 아파트가 들썩들썩할 정도로 흔들렸다”며 “아파트 밖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을 때 또 한차례 미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전체가 이처럼 흔들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10여초 정도 흔들렸을 텐데 마치 한 시간 이상 길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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