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서 27㎞ 가장 가까운 원전
고리 원전 등 인근에만 10여기
세계 최대 밀집지대 위험 재부각
우리나라 지진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12일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월성과 불과 27㎞ 떨어진 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월성 원전 1~4호기가 수동 정지됐다. 이에 따라 원전이 2기 이상 모여 있는 단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진에 대한 안전성에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저녁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전국 원전에는 일단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인 5.8보다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이 규모 6.5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성 1~4호기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규정에 따라 12일 밤 11시 56분부터 수동으로 정지되면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원전 내 여러 가지 지진 분석값 중 한 가지(지진응답스펙트럼)가 수동 정지 기준치(0.1g)를 넘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추가 정밀 안전 점검 후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 원전을 제외한 고리, 한울, 한빛 등 전국 대부분의 원전은 정상운전 중이다. 경주 방폐장에도 지진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규모 5.8의 지진은 지진관측사상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최대 규모다. 내진 설계 기준인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특히 이날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와 월성 원전과의 거리는 27㎞ 밖에 안 됐다. 이날 월성 원전에서 관측된 지진값도 0.0615g이었다. 원안위 관계자는 “설계지진 값인 0.2g에 훨씬 못 미쳐 원전 안전 운영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0.2g에서 ‘g’는 중력가속도다. 설계기준 0.2g라는 건 중력가속도의 0.2배만큼의 가속도로 흔들려도 안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0.2g를 지진의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6.5에 해당한다.
이번 지진은 다행히 원전의 안전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 또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도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나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국내 원전들이 특정 부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원전 밀집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강진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원전 1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같은 부지 내 다른 원전까지 문제가 확산될 우려(본보 6월23일자 2면 참조)가 있다. 같은 부지 내에 있는 원전들은 일부 설비를 공유하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과 27㎞ 거리인 월성 원전 본부에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총 6기가 가동되고 있다. 멀지 않은 부산의 고리 원전 본부에는 더 많은 원전이 있다.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4호기 등 무려 8기가 가동 중이다. 최근 건설이 허가된 신고리 5, 6호기까지 치면 총 10기가 된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다. 최악의 경우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영남 일대에 앞으로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들 원전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고리 원전에서도 감지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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