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절약 인센티브 기부
십시일반 시민 참여 시스템 확산
‘서울에너지복지플랫폼’ 사업
3337가구에 단열·태양광 등 지원
6년째 집수리 봉사하는 정희종씨
“삶이 달라졌다는 말 들으면 뿌듯”
직장인 이순성(43)씨는 시민참여형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인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한 후 에너지 절약 습관이 몸에 뱄다. 쓰지 않는 가전제품이나 전등은 플러그까지 뽑고,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는 비싸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산다. 이렇게 작은 실천으로 이씨는 1년 동안 도시가스, 전기료, 난방비 등을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인센티브로 받은 10만원 상당의 에코마일리지를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은 이씨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서 나아가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에너지 나눔과 복지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지자체발 에너지정책의 무게중심이 시민으로 옮겨가면서 풀뿌리 에너지복지가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탈원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자체들이 에너지정책의 확장력을 높이기 위해 시민을 주체로 끌어들였고, 그 결과 공공 부문과 시민사회가 결합된 새로운 에너지복지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에너지복지플랫폼’모델이다.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의 하나로 서울시가 추진한 이 사업은 시민이 에너지 생산ㆍ절약을 통해 얻은 이익을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골자다.
모금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후원금뿐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전등과 전열장판, 에코마일리지 포인트를 통해서도 기부할 수 있다.
실제 에너지복지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3,211명의 개인후원과 43건의 기업 후원을 통해 6억9,385만원이 모금됐다. 그 중 에코마일리지 회원 1,480명이 인센티브 2,662만원을 에너지복지기금으로 기부했다.
기부금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ㆍ난방비 등 에너지 사용료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돌아간다. 총 3,337가구에 주택단열시공, LED전등교체, 고효율 보일러 교체, 미니태양광 설치 등을 마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금 조성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이 개선되고, 후원금을 통해 모은 기금이 서울 전체 가구의 10%에 달하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복지효과를 누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면서 “시의 뚜렷한 에너지 복지 전략 아래 공공과 기업, 시민사회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지원하고 시민과 기업을 손발로 활용하는 주택 에너지 효율개선과 단열지원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 집수리 사업이 주택의 유지보수를 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고효율 보일러 교체, 방풍ㆍ단열재 시공, 미니 태양광설치 등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6년 동안 한 달에 한 두번 꼴로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정희종(46)씨는 “현장을 나가보면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일반 집보다 에너지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이웃들로부터 ‘집수리를 받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민 참여가 핵심이 되는 에너지복지 기조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자치구의 지역복지 서비스와 연계돼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문영록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은 “저소득층과 복지사각지대, 열악한 소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을 결합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복지와 행정서비스를 정교하게 연계해 인프라를 넓히고 시민과 기업 참여를 유도해 공동체 에너지 빈곤에 대한 이해와 참여율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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