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
피부 레이저 시술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부작용에 더 많이 노출되는 실정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최근 전국 광역시 거주 남녀 1,200명에게 피부 레이저 시술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받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응답자 가운데 8%가 부작용을 겪었고, 후속 치료로도 부작용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1.6%였다.
지난 5월 문을 연 ‘대한피부과의사회 시술 부작용 상담센터’ 에는 최근 3개월 간 21건의 부작용 사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한의원에서 받은 레이저 부작용 사례가 5건, 치과에서는 2건이었다. 또한 2004년부터 쌓인 부작용 사례만 401건으로 이 가운데 한의원과 치과에서의 레이저 시술도 각 80건, 20여건이었다. 이는 국민 절반가량이 피부 시술을 받고 있지만 피부 관리실, 한의원, 치과 등 비전문의에게서 받아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피부 전문의에게서 받지 않아 생긴 부작용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한의원에서 여드름 치료시술을 받고 나서 증상이 더욱 악화돼 몇 달간 외출도 하지 못하기도 했다. 또한 색소질환 개선을 위해 한의원에서 IPL 치료를 받은 환자는 시술 후 발진과 홍조가 악화돼 전문 피부과 병원으로 옮겨 다시 치료 받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피부 레이저 시술은 늘고 있지만, 국민 인식은 아직 높지 않은 상태다. 이번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피부 시술자가 피부과 전문의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피부 관리실 등에서 하는 시술이 불법이란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42%나 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피부시술에 쓰이는 레이저 기기를 통증 치료목적으로 한의원에게 허가해줬다. 문제는 이를 피부시술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미용목적으로 환자 안면부에 프락셀 레이저를 이용해 주름과 잡티 제거 등을 시행한 치과의사에게 무죄 판결해 혼란을 줬다.
피부 레이저는 레이저 파장에 따라 흡수되는 피부 구성조직과 반응 정도도 다르다. 때문에 오랜 교육과 수련이 필요한 전문 분야다. 또한 한의학이나 치과 과목은 교육ㆍ수련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레이저 피부치료는 피부과 전문의가 오랫동안 축적한 임상 경험과 장비를 활용한 치료법이다. 통증 목적으로 허가 받은 레이저 기기를 피부에 활용하거나, 치과의 프락셀 레이저 기기 활용 등은 기본 의료윤리를 무시하는 행위고, 위험할 수 있다.
이를 간과하면 다른 일반의도 한의학ㆍ치과 등 다른 과목진료를 하게 돼 결국 전문 분야는 무너진다. 의사 권익은 둘째 치고라도 부작용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를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전문 의료기기는 반드시 전문분야 의료인이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영역다툼’으로만 보지 말고 규정을 명확히 하고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부작용을 무시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무엇을 초래할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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