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 마요네즈, 카레, 식초, 참기름, 후추, 당면, 미역 등은 식품회사 오뚜기가 갖고 있는 시장 점유율 1등 제품들이다.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시키고 토마토 케첩과 마요네즈 토종 시장을 지켜 온 오뚜기의 창업주 함태호(사진) 명예회장이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 명예회장은 69년 오뚜기식품공업을 세웠다. 이후 47년간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한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그는 한국 식품산업의 산증인이다. 오뚜기는 지금도 케첩과 마요네즈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케첩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71년 케첩, 72년 마요네즈를 국내 최초로 판매한 오뚜기는 하인즈, 유니레버 등 전 세계 1등 기업들의 공략에도 밀리지 않고 평균 시장 점유율 70~80%를 꿋꿋이 지켜왔다. 실제로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미국의 하인즈가 80년에 국내에 진출했을 때는 오뚜기와 10년 넘게 전쟁을 치러야 했다. 결국 하인즈는 무릎을 꿇었다. 함 회장은 “우리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싸웠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오뚝이 인생이었다.
오뚜기의 성장과 함께 해온 것은 카레다. 4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카레를 오뚜기가 69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며 대중화시켰다.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각광받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의 원조도 오뚜기다. 오뚜기는 국내 최초의 즉석식품인 ‘3분 요리’ 시리즈를 81년 출시했다. 1,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다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3분 카레’, ‘3분 짜장’, ‘3분 미트볼’ 등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평소 맛과 품질을 강조했던 함 명예회장은 매주 금요시식에 직접 참여해 시식평가를 하는 등 맛과 품질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챙겼다”며 “이렇게 많은 1등 제품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식품산업에 큰 족적을 남긴 함 명예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96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오뚜기재단을 설립했다. 지난해 11월엔 남몰래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300억원대 규모의 주식을 기부하기도 했다. 2005년 해외 시장 개척 공로를 인정받아 석탑산업훈장을, 2011년에는 국민 식생활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다. 영결식은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뚜기센터 풍림홀에서 열린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