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업체 대표ㆍ한의사 공모
가짜 방문자수 포털에 전송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음식점 등을 홍보하기 위해 노출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마케팅업체 대표와 한의사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식점과 병원 등 100여곳의 홍보 블로그에 실제 사람이 방문한 것처럼 횟수를 늘려주고 22억원을 가로챈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로 마케팅업체 대표 이모(46)씨와 한의사 신모(42)씨 등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쟁 음식점 홍보 블로그 글을 고의로 검색되지 않도록 한 박모(38)씨 등 3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시간당 2,3회씩 가짜로 클릭한 트래픽을 포털에 자동 전송하는 순위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씨는 이를 이용해 올해 6월까지 직접 업주나 마케팅 대행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노출 순위를 850만번 이상 조작해 주고 15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한의사 신씨는 올해 1월 직접 조작 대행 마케팅업체를 차린 뒤 이씨에게 순위조작을 의뢰해 전국 13개 한의원 체인점의 노출 순위를 허위로 변경했다.
조사 결과 이씨 등은 100여대의 노트북에서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테더링’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털 업체들은 순위 조작을 막으려 같은 인터넷주소(IP)로 반복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테더링을 하면 접속할 때마다 IP를 달리 배당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영세 사업자들에게 노출순위 조작 효과를 설명하며 계약을 종용하는 식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피의자는 월 100만~200만원만 내면 맛집 검색결과 상위 10위 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상위권에 노출되지 않았다” 며 “순위 조작은 건전한 상거래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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