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존재들인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고양이를 만나서 경험하는 놀라운 일이 봄날의 햇살 같다면, 스러지는 노을과 같은 이별과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의 상실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들과 12년간 동거동락 하면서‘고양이들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웹툰이 있다. 김경 작가의 ‘상상 고양이’다. 지난 2014년에 시작해 1년간 포털사이트에 연재한 상상고양이는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도 제작돼 웹툰 독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도 알려지게 됐다.
상상고양이의 특징은 한 사건을 주인공 종현과 고양이 ‘복길’의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동물을 다루는 다른 웹툰들이 작가들이 실제 동물들과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담아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상상고양이는 이에 더해 우리집 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상상력까지 충족시켜 준다.
이는 김 작가가 오랜 시간 고양이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진심을 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동물과 사람의 소통을 다룰 때 사람의 입장에서만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동물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보고 듣는 것 이외에 마음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웹툰 속 사람의 시점은 갈색으로 그려졌지만 고양이의 시점은 녹색이다. 고양이들이 웹툰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실제 고양이들이 볼 수 있는 색깔이 녹색계열이라는 점을 감안해 설정한 것이다.
김씨와 고양이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4년 근무지 부근을 배회하던 길고양이가 임신을 하자 동료가 보살펴주었고, 태어난 새끼 중 한 마리를 김씨가 맡게 됐다. 이후 길고양이였지만 한번 사람에게 입양됐다 다시 파양된 고양이를 또 다른 가족으로 들이게 됐다. “많은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만화를 필연적으로 그립니다. 만화를 그리기 전에도 고양이를 끊임없이 그렸는데, 고양이의 매력적인 생김새와 움직임을 보면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에요.”
김씨는 동물 웹툰의 인기 비결로‘힐링’을 꼽았다. 사람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 지는데 실생활 속에서도, 웹툰 속에서도 반려동물이 그 빈자리를 채우며 사람에게 커다란 위안을 준다는 것. 김씨는 “그들은(반려동물) 마치 사랑 자판기 같아서 내가 보낸 사랑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고 했다. 또 예전보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따뜻해지고 애묘인이 많아진 것도 동물 웹툰의 인기의 한 요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이르면 올해 안 맥주를 주제로 한 만화로 돌아온다. 고양이의 얘기도 조금은 들어갈 예정. “독자와 소통하는 게 좋아 웹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만화 작업이라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삶을 통틀어 제일 신나기 때문에 계속 그릴 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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