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한 경유 방문으로 알려졌지만 제5차 핵실험 이후 중국 측과의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입국했다. 리 외무상의 중국 방문 목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제3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지로 선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AP통신은 베네수엘라에서 개최되는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고, 앞서 미국의 소리 방송(VOA)도 지난달 중순 리 외무상이 이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로 미뤄볼 때 리 외무성이 지난 5월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경유지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어 유엔총회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개진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제재의 강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야 할 필요성이 크다. 전임자인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014년 9월 북측 인사로는 15년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이듬해에도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리 외무상이 중국 측 인사와 접촉할지 여부다. 핵실험 직전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과 김성남 노동당 부부장의 연이은 베이징 방문을 두고 사전통보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 입장에선 핵실험의 불가피성을 적극 설명하고 이를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직간접적인 유대관계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접촉이 성사될 경우 리 외무상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북중 접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격앙된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전과는 달리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중 간 접촉이 이뤄질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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