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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혁 실종과 ‘아래로부터 혁명’

입력
2016.09.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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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를 배태하는 대외적 상황과 국내적 요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한반도 주변 4강의 패권주의에서 비롯되는 신냉전의 검은 망령에 속절없이 매몰되면 한국의 안보는 기약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그들의 국익과 제국주의적 패권의 관점에서 대외정책을 다룬다. 사드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ㆍ중의 패권 다툼의 와중에서 한국의 대처 방안은 경직된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북핵을 막는 방법으로 핵보유와 선제공격까지 언급하는 집권당 일각의 행태는 무지한 것인지, 정치공학적 지지층 결집인지 알 수 없다. 구한말 대외적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결과를 상기해야 한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단순 비교할 수 없으나, 한반도를 둘러싼 미ㆍ일ㆍ중ㆍ러의 각축의 본질은 동일하다.

대내적으로는 어떤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 우리의 상황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에 반응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교만,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소득 불평등과 형평의 상실은 각자도생으로 치달으며 연대(連帶)의 붕괴를 낳고,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는 사회경제적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언론ㆍ법조ㆍ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부문의 일상화된 부패 구조는 블록화하는 지역 격차 및 부의 세습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리고 이에 연유하는 젊은이와 노후의 좌절. 반사회적 낙하산 인사와 비민주적 전관예우는 장삼이사(張三李四)를 허탈케 하고 사회적 원심력의 증가로 이어진다. 잇단 부패와 엽기적 부조리는 기득권들의 담합과 짬짜미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새삼 확인해준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층위가 다른 사회적ㆍ문화적ㆍ경제적 난제들의 해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작업은 결국 정치의 몫이지만 정치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차기 대권의 향배를 쫓는 연대, 합종연횡, 이합집산 등의 낯설지 않은 정치공학으로 점철될 것이 뻔하다. 대선주자들은 공존, 상생, 정의, 공유 등을 말하지만 당면한 사회적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최근 제기된 수도 이전과 모병제 논의 등은 장기적 과제일 수 있으나 한국사회의 위기 해법은 아니다. 꼬인 가닥을 풀어가는 체계적 논의보다 의제 선점과 이슈 주도에 몰입하는 정치는 ‘좋은 정치’가 아니다. 권력을 농단하고 사유화하여 여전히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는 집권세력, 이에 기생하는 국가기구와 관료집단의 구태와 작태를 야당이 방치한다면 야당 역시 공범이다.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의 단초라도 마련할 제도적 혁명의 출발은 지금의 정치와 사회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시민사회에 던져진 과제다. 시민사회는 기득권에 편승하고 기생하는 이들을 어떻게 소환해야 할지를 고민할 시기가 됐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주권의 소재를 천명한 헌법 1조를 더는 짓밟을 수 없으며, 사문화(死文化)를 방치할 수 없다.

맹자의 민본사상의 핵심은 민(民)에 의한 혁명이다. ‘가장 귀한 것은 백성이며, 그 다음이 사직이고, 임금은 가볍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중국 전국시대 맹자의 말이지만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프랑스 혁명과 영국혁명·미국혁명 등 부르조아 혁명은 역사의 박제(剝製)가 아니다. 항상 가능한 미래진행형이다. ‘위로부터의 개혁’의 실종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불러온다. 역사는 그렇게 진보해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상의 이치를 물극필반(物極必反)으로 표현했다. 만물은 극에 이르면 변한다는 이치다. 변증법적 정반합(正反合)의 논리다. 지금의 위기 징후들은 우리에게 뚜렷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중앙도서관장ㆍ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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