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아 한국에도 잘 알려진 터키 지식인의 상징 오르한 파무크가 에르도안 정권을 향해 “테러정권”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파무크는 11일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 1면에 실린 서신에서 “터키에 사상의 자유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 모든 사람을 계속 잡아들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법치국가로부터 광속으로 멀어져 테러체제로 향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라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항한 쿠데타 실패 이후 대량 해고와 구금의 근원에는 ‘포악한 증오’가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파무크는 에르도안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이지만, 쿠데타 이후 숙청에 관한 공개적인 견해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터키 언론은 파무크의 이번 서신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소설 ‘순수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 제작을 돕느라 이탈리아에 체류 중이다. 파무크는 ‘내 이름은 빨강’ ‘눈’ ‘순수 박물관’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날 라 레푸블리카에는 파무크 외에도 영국의 사회비평가이자 부커상 수상작가인 존 버거 등 지식인 약 40명이 터키 정부의 ‘마녀사냥’을 비판하며 언론인 등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이 실렸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수사 과정에서 쿠데타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지식인과 언론인도 대거 연행했으며, 언론사 150여 곳의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터키 저명한 언론인 아흐메트 알탄과 동생 메흐메트를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구금했다. 검찰은 알탄 형제가 쿠데타 전날 방송된 TV 프로그램에서 쿠데타 개시를 암시하는 언급을 했으며, 이는 이들이 쿠데타 배후세력과 연계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정원기자 gard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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